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됐습니다. 영국 산업혁명 시기, 공장 굴뚝에서 나와 도시의 하늘을 뒤덮은 매연은 자부심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장 굴뚝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52년 겨울 최악의 환경 재앙이 런던을 강타했습니다. 스모그 때문에 1만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영국 사회는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1956년 강력한 대기오염 규제법을 제정했습니다. 영국은 가장 먼저 공해 산업을 발전 시켰고, 가장 먼저 환경 재해로 고통 받았으며, 가장 먼저 해법을 찾아 실행한 국가로 꼽힙니다. 원인과 결과, 해법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지만, 지구촌은 아직도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도 석탄과 석유 등 탄소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의 공단지역에서 발생한 공해물질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그에 못지않게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의 폐해도 큽니다. 석탄 화력발전소 등의 에너지 산업은 초미세 먼지의 17%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긴 했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를 대량 증설한다는 입장입니다.
디젤 자동차를 비롯한 차량의 초미세 먼지 배출 비중도 21%에 이릅니다. 한 때 청정에너지로 알려졌던 디젤 연료가 사실은 유독성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이른바 청정 디젤 사용을 독려한다면서 각종 혜택을 줬던 정부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외국 유명 자동차 업체의 디젤엔진 연비조작 사건은 불 난 곳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대기오염 통계를 분석해보면, 갑자기 오염 물질이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우리의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바꿔 말하면, 적지 않은 대기오염 물질을 잘 모른 채 그냥 마셔왔다는 얘기가 됩니다. 환경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좋아집니다. 아니, 관심을 가져야만 좋아집니다.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도록 독려하고 압박하고 노력하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