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 도로 양쪽의 언덕을 뒤덮고 있는 빨간 꽃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진한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치 벵골 호랑이에게 찢긴 사람들의 원한이 그 빨간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볼에 따나카를 진하게 바른 마싼다가 역시 따나카로 소용돌이 무늬를 그린 깜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국에서는 저 꽃을 양귀비라고 한다지?”
당나라 6대 황제 현종의 비였던 양옥환(楊玉環)이 그 양귀비였다. 정작 중국에서는 그 꽃을 앵속(罌粟, 잉수)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만 양귀비로 부르고 있었다.
“네. 양귀비처럼 예쁘다고…”
“한국 역사에도 미인이 많았을텐데 왜 당나라 여자를?”
“미모 때문에 패륜에 빠진 창피한 여자니까요.”
“패륜이라고?”
“며느리가 시아버지하고…”
양옥환은 본래 현종의 아들 수왕의 비였다. 현종은 그 며느리에 반해 온천궁에서 야합하고 자신의 귀비로 삼았다. 조정에서 설치는 양귀비의 친척들 때문에 반발한 안록산이 난을 일으켰고, 반군은 도망치는 양귀비를 붙잡았다. 그러나 살결이 너무 고와서 차마 칼을 대지 못하고 비단으로 목을 매게 했다는 것이다.
“너, 지금 19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이 너무 난잡하거나 잔혹해서 19살 이하의 청소년에게 해롭다고 판정되면 뛠로 표시하고 그것을 ‘19금’이라고 읽었던 것이다.
“그래도 역사니까요.”
니니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이모, 성경에도 19금 이야기가 나와 있는걸요.”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는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과 동침하여 엘과 오난 그리고 셀라 세 아들을 낳았다. 엘이 다말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으나 자식을 남겨 놓지 않고 죽자, 유다는 둘째 아들 오난에게 당시의 풍습대로 형수와 동침하여 형의 씨를 잇게 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오난은 장자권이 그 쪽으로 갈 것을 싫어해서 땅에다 설정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도 죽이셨다.
“다말의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두 아들이 잇달아 죽자 유다는 셋째 아들 셀라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며느리 다말에게 셋째가 장성할 때까지 기다리라며 그녀를 친정으로 보냈다. 그러자 다말은 창녀로 변장해 그 시아버지 유다를 유인하여 아들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고 그들이 유다 지파의 조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건 양귀비와 다르지.”
깜보의 그 말에 니니가 턱을 치켜들었다.
“뭐가 다른데?”
“다말은 아브라함의 씨가 하늘의 별보다도 많게 되리라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 시아버지의 씨를 받았던 것이고, 양귀비는 부귀와 권력에 굴복해서 시아버지에게 간 것이니 다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싼다가 두 아이의 19금 논쟁을 제지하려고 화제를 바꿨다.
“어쨌든 아편꽃의 역사도 다른 꽃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것은 사실인 모양이야. 그 내력이 수메르 시대부터였다고 하니까.”
그 말을 듣고 질문 잘하는 깜보가 또 질문을 꺼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저 꽃을 왜 만드셨을까요?”
깜보의 당돌한 질문에 마싼다가 대답했다.
“그 꽃의 효능 때문이겠지.”
그녀의 대답에 놀란 깜보가 되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