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레스(키루스)의 교육 - 마웅갑 목사(은평대교구장) |
 현대는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지혜의 가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혜의 가뭄을 해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탁월한 역량의 리더십을 갈망하고, 이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 왔다.
소크라테스의 애제자 크세노폰은 군인, 철학자, 역사가로 여러 저술을 남겼는데, 과거 페르시아의 현명한 군주로 이름났던 고레스(키루스) 대왕의 일대기 『키로파에디아(Cyropaedia)』를 통해 이러한 지혜와 리더십에 대한 답을 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키로파에디아를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이자 최고의 책’이라고 했고, 알렉산드로스왕과 키케로, 카이사르와 토머스 제퍼슨이 키로파에디아를 읽었다고 전해진다. 성경에도 고레스 대왕을 바사(페르시아)의 초대 왕으로 바벨론 제국을 멸망시키고(단 5:30) 바사 제국을 창건했으며, 고레스는 해방자로 자처하며 포로 된 사람들을 귀향시키는 선정을 베풀었다고 언급하였다. 그 결과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던 유다 백성들도 본토로 귀환하여 성전을 재건할 수 있었고(대하 36:22∼23), 이런 측면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고레스를 ‘기름 부음 받은 자’라고 묘사했다(사 44:27∼28).
고레스는 어떻게 자라고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토록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로 쓰임 받을 수가 있었을까? 그 해답을 ‘부모의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작은 나라의 왕이었던 고레스가 주변의 큰 나라를 모두 정복하고 페르시아제국을 창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머니 만다네의 훌륭한 교육이 주효했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절제와 정의, 배려를 배웠다. 이러한 일화가 있다. 열 두어 살 무렵 교육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외가인 메디아로 가 메디아의 왕인 외할아버지의 사랑과 훈육을 받았는데 고레스를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가 고레스를 기쁘게 해주려고 온갖 음식을 준비하지만 고레스는 이 음식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외조부로부터 확인받고는 그 음식을 시종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레스가 피땀 흘려 세운 대제국은 2대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 원인 또한 ‘가정 교육’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은 일생의 마지막 역작 ‘법률’(nomoi)에서 고레스의 자녀교육 실패를 언급했다. 고레스가 ‘다른 것들의 경우에 있어서는 훌륭한 지휘관이며 애국자였지만, 바른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가정 경영(oikonomia)에는 조금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레스의 자식들은 고레스의 어머니가 했던 엄격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 무엇도 부족할 게 없는 자로 키워졌다. 잘못된 교육의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고레스가 죽은 뒤에 페르시아제국을 물려받은 두 자식 가운데 대왕에 오른 장자 캄비세스는 아우를 죽여 버린다. 또 이집트를 무자비하게 정복한 뒤 과음과 무절제로 인해 미쳐 버린다. 결국 캄비세스는 본국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이집트에서 귀국하는 도중에 환관에게 살해당한다. 그로써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의 창업자 고레스 가문의 대가 끊겼다.
자신은 크게 성취했지만 자식만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사례를 역사는 숱하게 보여 준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 못지않게 자식들이 모진 세파를 이겨 내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덕성과 지혜를 갖추도록 할 교육에 마음을 써야 한다. 빈곤해도 기죽지 않고, 힘겹고 위험한 일을 기꺼이 감당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가정교육은 부모 공동의 몫이다. 올바른 가정을 통해 사회를 섬기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와 교회는 ‘가정에서의 교육’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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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5.29. am 10:47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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