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를 입에 넣고 씹던 니니가 그것을 삼키고 나서 대답했다.
 “도와 주겠대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깜보는 다시 놀랐다. 멘사는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 루트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스였다. 도대체 열 두 살 짜리 소녀 니니가 어떻게 마약왕 멘사와 거래를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이로군.”
 우방젠이 그렇게 말하자 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GT가 멘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거든요.”
 니니의 말은 GT가 골든 트라이앵글이 아님을 의미하고 있었다. 멘사가 그곳의 보스인데 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말이 이상했던 것이다. 이미 그들이 GT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깜보가 물었다.
 “GT가 뭔지를 알아냈나요?”
 마싼다가 그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궁가 타이거(Gunga Tiger).”
 “네?”
 깜보가 고개를 갸웃거렷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기도 했던 것이다. 니니가 방그레 웃으며 깜보를 바라보았다.
 “한국 아이들은 정글북도 안 읽어?”
 ‘정글북’은 영국 작가 키플링이 쓴 소설의 제목이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그 소설의 제1화는 늑대 부부의 양육으로 자라난 소년 모글리가 그의 친구인 곰 발루, 흑표범 바기라 등과 함께 포악한 벵골 호랑이 쉬어 칸과 싸운다는 이야기였다. 
 “아…”

 쉬어 칸은 와잉궁가 강기슭에서 태어난 식인 호랑이였고, 그것은 벵골 남부의 늪지 순다르반스를 상징하는 강의 이름이었다. 인도에서 태어나 기자로 일했던 키플링은 그 밀림에서 전해오는 쉬어 칸의 전설을 토대로 해서 소설 ‘정글북’을 썼던 것이다. 벵골 호랑이의 먹이는 주로 사슴, 원숭이. 멧돼지 등이나 특히 사람을 자주 먹었고, 쉬어 칸은 인육을 광적으로 좋아한 호랑이였다.     
 “그런데, 호랑이가 왜?”
 그 질문에는 마싼다가 대답을 해 주었다.
 “궁가 타이거는 황금의 삼각지대에 슬며시 끼어든 장사꾼의 이름이야. 처음에는  멘사의 아편을 팔아 준다는 핑계로 들어왔는데 그가 생아편의 정제 루트를 장악하면서 아편 밀매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지.”

 그것은 지난날 향신료와 면직물을 수입하려고 들어와 상관을 설치한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자국에 완제품 생산 공장을 만들어 놓고 인도와 동남아를 원재료 조달 농장으로 전락시켰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그러면 궁가 타이거는 그의 본명이 아니라 닉 네임이겠군요?”
 “그렇지.”
 “본래 이름은 뭔데요?”
 “그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니니가 그 말에 토를 달았다.
 “어떤 서류에는 T 스미스라는 이름을 쓴다더군요.”
 “그건 혹시… 토마스 스미스가 아닐까?”
 국내 문제에 몰두하다가 포르투갈에 해상무역의 선수를 빼앗긴 영국의 엘리자베스 Ⅰ세는 1600년 12월 31일 ‘동인도회사’라는 독점적 무역기구를 급히 발족시켰다. 후일 동아시아를 수탈하는 대영제국의 앞잡이 역할을 하게 된 이 회사의 초대 총수가 토마스 스미스 경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