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기운으로 가득해지는 4월이 왔다. 햇살 좋은 봄날 바람까지 알맞게 불어오게 되면 마치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만 같아 내 가슴도 뛰게 된다. 지금 여의도 땅은 봄의 절정 벚꽃으로 하얀·분홍빛을 내며 화려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수많은 인파도 아기자기한 꽃송이와 은은한 핑크빛 자태, 그리고 향기로운 봄내음까지 품고 있는 벚꽃을 즐기기 위해 가족·연인 단위로 밤낮 아랑곳 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봄맞이를 하고 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꽃잎마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화려한 벚꽃은 사람들 마음 속에 저마다 ‘인생의 화려함의 미’를 남기게 할런지 모른다. 마치 봄날 깜빡 잠이 드는 한순간의 행복한 백일몽을 그리게 하면서, ‘그래 이 짧은 인생, 인생은 한방이야!’하며 화려함의 벚꽃 엔딩을 꿈꾸게 하진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화려함의 절정의 뒤안길에는 석연치 않는 그 무언가가 남는다. 화려함을 자랑했던 그 벚꽃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순식간 아닌가! 봄 비 소식과 함께 비구름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고 나면, 이내 꽃잎은 다 떨어져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저 초라함 그 자체의 쓸쓸한 모습이 되고 만다. 남는 것이라곤 사람들의 무질서와 아무데나 버려진 쓰레기로 마무리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만다. 이를 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라 했던가. 그 뜻이 ‘한번 성한 것은 얼마 못가서 반드시 쇠하여지다’라는 의미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나만의 매력을 뽐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화려한 한방 인생’은 그 순간은 남들의 부러움을 일삼는 시간이 될 런지 모르지만 얼마 못가 남는 것 하나 없는 초라한 순간이 오고 만다라는 교훈이 숨어있다. 아마도 벚꽃의 뒤안길이 쓸쓸한 이유는 아마도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예수님이 잎만 풍성할 뿐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듯이 우리네 인생 속에서 단 기간의 반짝하는 꽃의 화려함의 마감보다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 거두어 먹을 수 있는 열매의 풍성함까지를 원하시고 있지 않을까.

 예수님이 성도라 불리는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성숙한 신앙인이다. 성숙한 성도는 나만의 멋을 뽐내며 화려한 겉의 모습을 자랑치 않는다. 오히려 겸손과 낮아짐의 자세로, 때론 내려놓음과 희생의 자리까지 서슴치 않으며 공동체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힘쓴다. 이때 비로서 공동체로서의 목적을 이루면서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기러기가 머나먼 목적지까지 날아감에 있어 혼자의 힘으로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오히려 떼를 이루어 V형태로 저마다 역할을 분담하며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나아갈 때 가능하게 된다. 성도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나 혼자는 힘도 약하고 의지나 결심도 약하여 그 자체로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성도가 서로 합심하여 낙심하고 힘들어 하는 이의 손을 조건 없이 잡아주고 격려와 중보기도로 믿음의 친구가 되어줄 때, 그 자리에서는 결코 혼자서는 이루어낼 수 없는 크나큰 결실을, 결국엔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벚꽃축제와 때를 같이하여 요즘 우리 교회에서는 새생명전도축제를 행하고 있다. 매주 새신자들과 함께 손을 잡아주며 성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득한 때이다. 성도의 발걸음은 비록 지금 당장은 화려해보이진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시간도 굶주려 죽어가는 영혼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자리로 나아가 성숙의 미를 발휘하고, 그런 성도들의 연합으로 공동체의 전도열매를 맺는 자리까지 나아간다면, 우리의 인생의 자리는 단기간 화려한 꽃만 자랑했던 벚꽃보다는, 풍성한 열매까지 나아감에 예수님의 자랑이요 기쁨이 되는 귀한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또한 하나님께는 영광이요, 우리의 삶에 기쁨이 가득한 축복의 열매가 가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