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들어선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맞아주는 마싼다의 품에 안겼다.
 “아도, 오래간만이에요.”
 소녀 역시 마싼다를 이모라고 부르고 있었다.
 “니니, 회장이 되더니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닌걸?”
 외모는 그저 평범한 샨 족의 소녀였으나 그 아이가 회장이 되었다는 마싼다의 말을 듣고 보니 깜보의 눈에도 어딘가 범상치 않은 데가 있어 보였다. 소녀는 마싼다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병원장과 우방뜨 과장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었다. 그야말로 회장다운 인사법이었다. 마싼다가 소녀에게 깜보를 소개했다.
 “인사해라, 이 아이가 깜보란다.”
 “아…”
 소녀는 놀라며 깜보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짜노 니니 바.”
 “난 깜보.”
 약간 쭈뼛거리며 니니의 손을 잡는 깜보에게 마싼다가 웃으며 말했다.
 “어색할 것 없어. 아마, 동갑내기일 꺼야.”
 그녀의 말을 인정하듯 니니가 고개를 끄떡였다.
 “난 열 두 살, 예수님이 살려 주신 야이로의 딸과 같은 나이야.”
 예수가 가버나움에서 ‘달리다굼’이란 말로 일으킨 회당장의 딸이 당시 열 두 살이었던 것이다.  깜보도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듯 맞받았다.
 “나도 열 두 살이야.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랍비들과 말씀을 나누셨던 그 때의 나이란다.”
 그러자 니니의 대응은 더욱 당돌했다.
 “와우,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니네.”
 깜보는 깜짝 놀랐다. 니니가 달려들어 그를 와락 껴안았기 때문이었다.
 “반갑다, 친구야.”
 인천에서 자랄 때 어린 소라를 안아 준 적은 있어도 또래의 여자 아이에게 안겨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깜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하도 놀라서 어떻게 니니의 품에서 빠져나왔는지도 기억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면서 마싼다를 바라보았다.
 “이모, 니니가 회장이라면… 어디 회장이죠?”
 “샨 주 어린이회.”
 그제서야 뭔가를 짐작하게 된 깜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아까 KK라고 한 것이…”
 마싼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짐작이 맞아. 칼레 쿠미의 이니셜이지.”
 칼레는 미얀마어로 어린이를 말하고, 쿠미는 성경에 기록된 헬라어와 아람어, 즉  일어나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칼레 쿠미는 ‘어린이여, 일어나라’는 의미였고, 미얀마에 의료진을 파견한 달리다굼 의사회는 그저 의료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단체임을 알 수 있었다.
 “자… 1인분을 추가해야지.”
 병원장이 손짓을 하자 기다리고 있던 식당 봉사자가 준비해 두었던 니니의 식사와 손 씻을 물을 가지고 왔다.
 “쩨 주바베.”
 봉사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니니는 손을 씻고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타밍(밥)에 커리를 섞어서 먹기 시작했다. 마싼다가 니니에게 물었다.
 “멘사는 뭐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