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드라마에 나왔던 장면이다. 대가족이 모여 사는 집에서 밥을 함께 먹으며 나누던 대화였다. 딸이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우리 집은 모두 비정상이야. 오빠도 이상하고 새언니도 이상하고 엄마도 이상하고… 모두 다 이상해” 그런 딸에게 아빠가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이 집에서 니가 젤∼ 이상해”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쉽게 손가락질한다. 상대방을 내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이상형에 비교하고 거기에 맞추길 원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변화를 기대하면서 어떻게 보면 정작 변화가 필요한 자신은 전혀 문제가 없다 생각하기 십상이다.

 성적이 너무 떨어진 아이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가 상담을 의뢰했다. 다행이 상담이 잘 되어서 아이의 마음이 열렸고 동기부여를 받아 공부에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히 성적은 올라갔다. 성적이 올라 간 아이가 기쁜 마음에 아빠에게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성적표를 본 아빠, 당장 이런 반응이 나왔다. “아니 우리 애가 이렇게 공부를 못했었어… 30등이 뭐니” 잘 받아서 보여준 아이의 성적이 30등이었던 것이다. 사실 지난 번 아이의 성적이 40등에도 못 미쳤었던 것. 그러니까 40등에서 30등으로 10등이나 올랐던 것이었는데 아빠는 30등에 놀랐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에게 무관심했던 아빠, 자신의 기대만 집착하는 아빠, 그래서 아이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지 못하는 아빠였던 것이다. 그 아빠가 성적표를 아이에게 돌려주면서 말한다. “야! 이녀석아, 30등이 뭐니, 가서 놀지 말고 집중해서 공부 좀 더 해라” 이 집에서는 그 아빠가 가장 이상하지 않나 싶다. 

 사람의 귀는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귀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듯이 남의 말을 들을 때에도 귀가 세 개인 양 들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담아 듣고 ‘무슨 말을 하지 않는지’를 신중히 가려내며,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로 옮기지 못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가려내며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서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늘 준비해야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 줄 수 있으며, 진심 어린 공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영성은 삶 속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들은 말씀을 묵상함으로 그것이 삶에 녹아 내려 일상생활을 통해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진정한 영성이 아닌가.

 유진 피터슨은 “진정한 기독교 영성은 결국에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리고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 즉 예수님께 그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도 다름 아닌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새뮤얼 존슨이 한 말이 멋지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영혼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무언가를 이해하고 자신이 한 것을 담백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김새가 다르고, 성품이 다른 것처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인정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성도의 품격이 절실하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한다면 혹시 당신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