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고 구에서 까렌 족이 사는 자치주로 들어섰다는 뜻이었다. 마싼다가 깜보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론지를 벗으니까 편하지?”
 “네.”
 깜보는 어려서부터 론지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론지를 두른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한 적은 있었으나 막상 입어보니 여자처럼 치마를 두르는 것이 어쩐지 좀 불편했던 것이다. 마싼다는 바고를 떠나기 전에 깜보의 론지와 파낫을 벗기고, 허름한 반바지와 운동화를 구해서 입히고 신겼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산악 지대가 많아지므로 론지와 파낫이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근데… 왼팔이 문제로구나.”
 깁스한 팔을 가리기 위해서 소매가 길고 헐렁한 셔츠를 구해 걸치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그 모양이 불편해 보였다. 
 “아꼬도 대단하셔. 부상 당한 너를 나와 함께 보내다니.”
 깜보가 씨익 웃었다.
 “아도를 보호하는데 깜보가 제일 적임잔가봐요.”
 마싼다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녀를 아도 즉 이모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를 이모라고 했어?”
 “SRD 직원들은 서로를 가족의 호칭으로 부르더군요.”
 마싼다가 기분이 좋은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내게 귀여운 뚜가 생겼네?”
 뚜는 미얀마어로 조카라는 뜻이었다. 깜보가 그 말을 받았다.
 “저도 예쁜 이모가 생겨서 좋아요.”
 “내가 예쁘다구?”
 “그럼요.”
 이모가 생겼다는 것에는 깜보도 역시 감격하고 있었다. 자신을 낳아 준 생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를 아들로 삼아 준 유한나 선교사는 이제 곁에 없는데, 마싼다 이모가 그 빈 자리를 적잖게 채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까렌 주의 오이 꼭지 같은 윗부분을 차가 다 가로지르자 마싼다가 다시 말했다.
 “이제 우리는 까야 주로 들어가고 있어.”
 깜보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까야…”
 “왜 그러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뭐가?”
 “인도의 아요디아와 가야, 미얀마의 몬 족과 까야… 그리고 태국의 아유타야.”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서?”
 “네.”
 그런 연상은 쪼야웅 사장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잘 기억해 두어라. 몬 주가 너와 관계가 있을 것 같거든.” 
 쪼야웅 사장이 그렇게 말한 것은, 깜보가 몬 족의 왕궁인 깐보자따디 궁전 앞에서 구걸하다가 백 참사관에게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그 때로부터 깜보는 계속해서 몬 족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까야 주로 들어선 지프가 조금 더 달리자 눈 앞에 큰 강이 나타났다.
 “이모, 저게 무슨 강이죠?”
 “딴륀 강.”
 “아, 티벳 고원의 탕라 산에서 흘려내려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