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정보 수집하려는 현대인의 신조 현상 
성경은 진리되신 주 안에서 진정한 자유 가르쳐
사순절 기간 영적 육체적 짐 내려놓는 시간 필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가 벌써 고난주간이다. 사순절의 목적은 분명하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부활절의 영광을 위해 금식하고 절제하고 성찰하고 경건하게 보내는 것, 그래서 변화의 큰 동기로 40일을 보내는 기간이 사순절이다. 그런데 부활절의 영광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소극적으로, 수동적으로 움츠러든 채 보낸다면 본질을 외면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역동적으로 보낼 것 중의 하나가 마땅히 버려야 할 생활용품이나 정신적인 잔재물을 과감하게 폐기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 새롭게 조명되는 증후군이 있다. 저장강박증이다. 뭐든지 저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강박감을 과도하게 느끼는 증상이다. 그러다 보니까 집안은 쓰레기장이 된다. 요즘 심심치 않게 방송에 보도되는 사례들을 보면 충격, 그 자체이다. 어떤 할머니는 잡다한 물건을 모아 집안에 저장했는데, 나중에 취재진이 들어가 보니 집안을 제대로 출입하지 못할 정도까지 됐다. 인부를 동원, 쓰레기를 치웠더니 무려 10톤이나 되는 엄청난 물량이다.

 저장강박증은 나이를 초월한다. 원룸을 운영하는 주인이 세든 젊은이가 이사갈 즈음, 집안을 살펴보고 경악했다. 집안이 아니라 쓰레기장이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산재해 있었다. 설거지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누울 자리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도 젊은이는 외출할 때 보면 멀쩡한 모습이다.

 강박증은 뭘 하지 않으면 심하게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심해지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초조함을 느끼며 자꾸 확인한다. 물건이 필요한지, 오래 되었는지, 부패했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저장하는 것이다. 정신전문가들은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뇌기능이 문제라는 것이다. 초과의 한계 판단을 잃고 불안해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비극적인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시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무언가 저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됐다. 그래야 살 것 같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습관이 됐고 이 잘못된 습관이 만성이 되어 뇌기능과 생활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이다.

 잡다한 물건뿐만이 아니다. 내면의 쓰레기 저장도 있다. 원한과 증오, 패배의식과 열등감, 무력감과 소외감, 정죄의식과 부정적인 의식들을 잔뜩 쌓아놓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상처받은 일을 자꾸 반추하면서 불행한 인생을 자책하는 경우다. 내면의 저장강박증후군이다. ‘내면의 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에 몰입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악취가 난다. 생명의 공간, 행복의 공간이 사라지고 만다.

 누가복음 12장에는 계속 쌓아두는 것과 관련해 예수님의 비유가 나온다. “심중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눅 12:17) 이후에 계속 ‘쌓아둔다’는 예수님의 표현이 나온다. 그러나 ‘어리석은 영혼’은 평안히 즐기지도 못한 채 밤에 세상과 작별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을 쌓지만 흩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인간의 저장은 무상하다.

 저장강박증후군 시대, 크리스천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며 살자.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살자.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두 가지를 버리자. 집안에 필요 없는 물건들, 애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잡다한 것들을 과감하게 치우자. 남 주지도 못하며 갖고 있는 옷가지며 불필요한 생활 용품들을 버리자. 치우며 살자. 저장강박의 억압에서 해방되자. 또한 내면의 상처며 원한과 증오, 패배감과 무기력, 정죄의식과 부정적인 생각들도 저장하지 말고 치우자. 성경은 말씀하신다. “네 짐을 야훼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 55:22). 또 말씀하신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 대신 은혜로 채우자. 빈자루는 서 있지 못한다. 성령의 능력으로 진리를 회복하자.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김상길 목사<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