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은 쌀쌀한 초봄입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산보를 나갔다가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사각형 보도블록 끝자락과 담벼락이 만나는 틈새를 비집고 나온 줄기가 앙증맞게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온통 무채색인 도로 구석에서 샛노랗게 피어난 꽃 한 송이는 마치 봄의 전령사 같았습니다. 여유를 갖고 둘러보면 봄은 이미 곳곳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니 뭐니 해서 날씨와 기온이 뒤죽박죽되다보니 도대체 봄은 어디에 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 때문에 생물의 발생 시기나 생활주기가 과거와 달라져서 혼돈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체적인 계절 변화가 예전보다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개구리 등의 출현 및 번식시기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개구리산란은 4일, 박새산란은 19일, 신갈나무의 개엽은 11일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식물, 곤충, 양서류, 조류 등 동식물 50종을 이른바 ‘계절 알리미 생물종’으로 선정했습니다. 1991년부터 시작한 자연자원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립공원 생물종 2만 183종 가운데 식물 28종, 곤충 10종, 양서류 4종, 조류 8종을 선정했습니다. ‘계절 알리미’들을 잘 관찰하면 계절 변화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계절별로 보면 초봄은 노루귀, 복수초, 진달래, 애호랑나비, 북방산개구리, 제비 등 13종입니다. 봄은 할미꽃과 호랑나비, 도롱뇽, 뻐꾸기 등 10종입니다. 예전엔 흔했던 생물 중 상당수가 이미 멸종위기종이란 이름의 귀한 존재가 돼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속에 방치된 결과입니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은 앞으로 기후변화 연구와 생물자원 보호 정책 등에 널리 활용될 예정입니다. 국립공원측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국민 모니터링단을 확대해 계절 알리미 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