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외모와는 달리 마싼다의 운전 습관은 상당히 터프한 편이었다. 몰레먀인의 싼슈이 지사장이 SRD의 로고로 바꾸어 도장해 가져온 쪼야웅의 지프가 철길을 끼고 곧잘 북상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럴 때마다 지프는 씨근대며 속도를 더하고 있었다.    
 “수도를 네삐더로 옮겨서 좋아진게 있나요?”
 운전 속도를 줄여보려는 듯 깜보가 그녀에게 물었다. 도로와 함께 북쪽으로 뻗어 있는 철길은 양곤에서 네삐더를 거쳐 만달레이로 가는 것이었다. 미얀마를 통일한 꼰바웅 왕조는 해외로 진출하려는 야망으로 에야와디 하구의 양곤을 수도로 삼았으나 결국 영국의 식민 거점이 되어버렸다. 양곤은 독립 후에도 줄곧 미얀마의 수도였으나 2006년 정부가 내륙의 네삐더로 갑자기 수도를 옮긴 것이다.  
 “좋아지긴 뭘 좋아져?”
 운전 솜씨만큼이나 그녀의 대답도 시크했다.
 “그래도…농촌의 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도로변의 농지와 수로가 상당히 정리되어 있었고, 드물기는 하지만 양계장과 양돈장 그리고 비닐 하우스와 신축된 학교 건물도 보였다. 
 “코이카가 전수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때문이지.”
 “네?”
 미얀마는 전쟁 직후의 한국에 식량을 지원해 준 적도 있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잇단 쿠데타와 군사정권의 폐쇄 정책으로 고립되어 있는 동안에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해 버렸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잇단 시위와 경제적 위기에 몰린 미얀마 정부가 결국 개방을 선언하고 나섰던 것이다.
 “미얀마가 한국의 성장 모델을 배우기로 한 거야.”
 이미 한국의 국제협력단 코이카는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도로 건설과 하천 정리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얀마의 도움을 받던 한국이 오히려 미얀마를 돕는다고요?”
 그동안 이미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농촌 근대화기법과 경제성장의 체험을 미얀마에 전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전기를 끌어들이고 도로를 건설하려면 돈이 꽤 들텐데….”
 “한국의 ODA가 그걸 해결해 주고 있지.”
 여러 선진국들이 미얀마의 개방 정책에 눈독을 들이고 ODA 즉 공적 개발원조를 제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협력과 원조를 빌미로 한 식민정책과 수탈로 당할만큼 당해본 경험이 있는 미얀마는 결국 그런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한국의 원조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미얀마가 왜 한국에 기대를 걸었을까요?”
 “당연한 선택이었지.”
 “네?”
 “새마을운동의 효과는 이미 한국에서 증명되었고”
 “그리고요?”
 “미얀마보다 먼저 농촌 근대화를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 기법을 전수받은 나라는 중국이었어. 그 중국에서 이미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거든.”
 깜보가 고개를 끄떡였다.      
 “아…그랬군요.”
 지프를 몰고 철길을 따라 북상하던 마싼다는 따웅우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쪼야웅의 지프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살쾡이처럼 씩씩하게 달리고 있었다. 지프가 바고 구를 벗어나자 마싼다가 말했다.  
 “여기부터는 까렌 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