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압제와 공산치하에서 신앙 지키려던 농촌교회
최감은 목사, 피난 못 간 교인 돌보다 총살 당해

 구동창교회는 평안남도 대동군 률리면에 세워진 농촌교회다. 1907년 장천교회에서 분립된 이 시골교회가 세간에 알려진 건 공산치하에서 신앙의 순수성과 미처 피신 못한 교인들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최감은 목사 때문이다.

 한석진 정학규 차시헌으로부터 전도를 받은 김용삼 이윤창 김서형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장천교회를 왕래하며 예배를 드리다가 이들의 전도로 성도수가 3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던 중 김백원 주문욱의 특별헌금으로 초가 4칸이 마련돼 예배당이 생겨났고, 장천교회로부터 분립하게 됐다.

 1911년 구동창교회는 교인들의 열심 있는 전도로 말미암아 성도수가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예배당 마련에 헌신한 김백원이 장로직을 받았다. 2년 후 김백원이 경성으로 옮겨가면서 계택선 목사를 구동창교회로 청빙했다. 1917년 계택선 목사의 사임으로 구동창교회는 최진태 목사가 부임했다. 교회는 날로 부흥해 3년 뒤 3500원의 헌금으로 기와 6칸 예배당이 크고 훌륭하게 건축됐다.

 하지만 구동창교회는 일제 압제와 연이은 공산당의 교회 무력화 정책으로 말미암아 고통의 시기에 접어들고 만다. 공산주의 만행 시기, 구동창교회를 맡고 있던 목사는 최감은이었다.

 최감은 목사는 1905년 8월 27일 평남 대동군에서 고척면 신흥동 최씨 마을 대지주 최윤택 장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첫 열매인 맏아들을 주의 종으로 바치겠다는 부친의 기도에 따라 최감은 목사는 평양장로회신학교에 입학하고 1939년 제34회 졸업생이 됐다. 그리고 같은해 장로교 안주노회에서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됐다. 최감은 목사는 시골교회 사역에 대한 비전을 받고 부친의 지원 속에 식송교회 등 여러 교회를 세우며 목회에 전념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최감은 목사가 사역한 시골은 신사가 없어 참배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예배에 앞서 동쪽을 향해 일본 천황에게 절을 하는 ‘동방요배’가 강요되자 이를 거부했다는 죄명으로 소환됐고, 교회는 폐쇄 명령 조치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일본의 패망으로 1945년 8월 15일 우리 나라는 감격적인 해방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해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쪽은 공산당이 활동하면서 교회는 또 다시 공산당의 교회무력화 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된다. 공산당의 발호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던 최감은 목사는 뜻이 같은 친구 김윤찬, 이유택, 김철훈, 김길수와 마음을 모아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신앙동지회를 결성키로 하고, 1946년 조만식 장로를 고려호텔에 연금하는 등 북한 공산당의 횡포가 점점 심해지자 이들과 함께 목숨 바쳐 끝까지 평양을 사수하고 주의 제단에 몸을 바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북한 공산당은 기독교 세력 약화를 위해 기독교도연맹을 만들어 목회자들을 포섭하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목회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공산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 목회자들은 기독교도연맹에 가입했지만 최감은 목사는 가입을 묵살하고 시골교회인 구동창교회 사역을 자원한다. 2년간 조용히 목회를 하던 중 1950년 6·25전쟁이 터졌고, 최감은 목사는 미처 피난가지 못한 교인들을 교회에 숨겨주고 이들을 몰래 뒷바라지를 하다가 발각되고 말았다.

 결국 최감은 목사는 내무서원(북한 내무서에서 근무하는 사회 안전원)들에게 끌려가 대동강변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부인과 아들이 최 목사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대동강변으로 갔을 때는 이미 수백 구의 시체가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이후 교회의 존재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