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와 베네치아…”
 쪼야웅이 다시 놀라며 깜보를 바라보았다.
 “역사학과 출신의 신 선교사가 참으로 너를 잘 가르쳤구나. 그래, 지중해 무역을 주도하고 있던 페니키아 장사꾼들의 제노바와 유대인 장사꾼들의 베네치아가 이권 다툼 때문에 전쟁을 벌였지. 당시 베네치아의 갈리선 지휘관으로 출전한 마르코 폴로는 제노바군의 포로가 되어 감옥에 갇혔는데”
 “그 감옥에서 동방견문록이 나왔지요.”
 “맞았어. 같은 감방에 있던 죄수 루스티치아노가 몽골, 즉 당시의 원나라에 다녀온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를 받아쓴 것이 동방견문록이었지. 그런데 루스티치아노는 동방에 황금의 나라가 있다고 써 놓았던 거야.”       

 당시 유럽의 강국들은 그 황금의 나라가 인도라고 생각했다. 인도로 가는 항로 개척에 나섰던 포르투갈의 바톨로메우 디아스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발견했고, 바스코 다 가마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해 고아(Goa)에 무역 거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후원을 받은 콜롬버스는 1492년 지구를 거꾸로 돌아 인도로 가겠다며 대서양을 건넜는데 신대륙을 발견했던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신대륙 개척에 열중할 때, 영국은 인도 경영에 나섰지. 그 길을 튼 것이 영국 장사꾼들의 동인도회사였어.”
 동인도회사는 인도의 향신료와 면직물, 중국의 차를 수입해 큰 이득을 올렸다. 그러나 수입 증가로 당시 경제의 기반이었던 금, 은의 막대한 유출이 문제가 되자 동인도회사는 인도의 벵골 주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여 그것을 차 수입의 대전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중독자가 늘어나자 중국은 아편 수입을 금지시켰다.
 “당시 중국의 마약 중독자는 1000만 명이 넘었다고 해.”

 영국 상선이 실어온 아편을 중국의 관리들이 압수하자 함대로 바다를 에워싼 영국은 중국을 위협하여 난징조약을 체결, 최혜국대우를 인정받고, 관세주권을 빼앗았으며 홍콩까지 이양을 받았다. 그것이 곧 아편 전쟁이었던 것이다.  
 “중국은 아편에 중독되고, 영국은 돈에 중독되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거야.”
 마약에는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한 아편, 모르핀, 헤로인 외에도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인, 대마에서 나온 대마초, 화학적으로 만든 LSD와 필로폰 등이 있으나 특히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한 아편과 헤로인은 주로 터키와 인도 그리고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그 대부분이 생산되어 공급되고 있었다. 
 “마싼다.”
 쪼야웅이 갑자기 마싼다를 바라보았다.
 “네, 아꼬.”
 “마싼다는 샨 주 출신이지?”
 쪼야웅이 그렇게 묻는 의도를 알아채고 마싼다가 얼른 대답했다.
 “네, 준비할께요.”

 그 때, 사장실 문이 열리면서 두 남자가 들어섰다. 양곤에 있다가 달려 온 인천 주포교회의 이정선 목사와 송림병원의 허진구 기획실장이었다. “깜보야!”
 이정선 목사가 깜보를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허진구 실장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고, 쪼야웅 사장과 마싼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할머니는…?”
 “양곤에 계셔. 보도진이 할머니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빠져나왔단다.”
 이 목사는 깜보의 깁스한 왼팔을 잡고 기도했다.
 “주님의 피묻은 손으로 깜보의 이 팔에 안수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