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Return)을 넘어 리폼(Reform)이 되는 축복

 리폼시대다. 리폼은 눈썰미와 손재주를 요구한다. 남이 버린 물건을 감각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물건으로 변신시킨다. 스페인에서 활동한 지용호 작가가 있다. 조각가다. 그는 폐기처분한 타이어를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작품 하나에 우리나라 돈으로 2500만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크리스천 미술가인 박정근 화백은 사람들이 종종 버리는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된 상(床)에 유화를 입혀 전시회를 가진 적도 있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대한민국은 현대판 계급론인 ‘흙수저 수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1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13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4.9%가 ‘씁쓸하지만 수저계급론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수저계급론이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일 뿐’이라며 부정하는 응답자는 15.1%에 그쳤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본인의 노력으로 흙수저가 금수저를 능가하겠는가?’하는 질문에 57.6%의 직장인이 ‘어렵겠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응답했으며 8.8%는 ‘충분히, 그리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저론의 배경은 환경비교다. 환경이 인생의 변수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상수는 되지 않는다. ‘지도보다 중요한 것은 나침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치관과 그 가치관을 추구하는 능력이 인생을 변화시킨다. 계급을 뛰어넘는 것은 가치관의 동력이다.

 예수님 당시에도 계급론은 존재했다. 예수님께서 자라신 지역, 나사렛은 ‘흙수저 계층’이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빌립이 나다나엘에게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고 증언했다. 나사렛은 갈릴리의 작은 마을이다. 반응은 싸늘했다. 나다나엘은 대뜸 빈정거린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겠느냐?”(요 1:46) 이 말은 당시 지역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보편적인 발언이었다. 요즘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흙수저가 무슨 신분상승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사렛에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이 나타났다. 메시아의 구원이다. 나사렛이란 신분차별의 상징은 구원과 회복, 은혜와 치유, 영광과 능력의 상징이 된다. 베드로와 요한이 복음을 증거할 때 미문(美門) 앞에서 구걸하던 ‘나면서 못 걷게 된 이’를 향해 담대히 외친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

 당시 율법주의자들은 ‘갈릴리에선 선지자가 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요 7:52). 그러나 사실 구약의 선지자 가운데 요나, 나훔, 호세아 등이 갈릴리 출신 선지자였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그야말로 ‘흙수저 차별 발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뿐인가. 예수님께서는 지역적으로, 신분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었던 갈릴리 출신 사람들을 많은 제자로 삼으셨다. 갈릴리는 팔레스타인의 세 지방, 사마리아, 유대, 갈릴리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었다. 갈릴리는 ‘굴러 간다’는 뜻의 동사와 연관이 있고 굴러갈 수 있는 원(圓)을 나타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둥근 원 안에 있는 것처럼 ‘잘 구획된 땅’이란 의미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출신을 대거 제자로 삼으신 것은 그 누구도 차별을 두지 않고 그 어떤 죄인도 차별하지 아니하시고 다 ‘원 안에 품으시는 구원의 메시아, 포용의 메시아’의 모습을 보이신 것이다. 아니 어쩌면 ‘흙수저 출신’의 신분들이 변화 받아 가장 강력한 복음증거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시고자 한 섭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다(마 28:10).

 많은 사람들이 신분의 변화, 환경의 변화를 원한다. 그래서 리턴을 원한다. 리턴(Return)은 ‘복귀. 돌아온다. 돌려주다. 귀국’이란 뜻이 있다. 사람들은 과거를 생각하며 뭔가 새롭게 다시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는 리폼(Reform)이 있어야 한다. 리폼은 ‘개선, 개량, 혁신, 쇄신’이다. 자기 혁명은 어디에서 오는가. 편견과 차별, 열등의식과 좌절감, 환경과 배경을 뛰어넘는 ‘리폼의 은혜’에서 온다. 주님의 은혜가 인생을 새롭게 한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라고 고백한다. 어쩌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도 바울이 주 안에서 완전히 변화 받은 다음 다 소용 없고 오직 은혜만을 고백한 것이다. 바울은 또 고백한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