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교활한 사람이나 매우 매혹적이어서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여성을 흔히 구미호(九尾狐)라고 부릅니다.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구미호는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한국과 중국 등의 신화나 전설에서 천년 묵은 여우 또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됩니다.
여우는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입니다. 산지와 초원은 물론 사막이나 농경지, 습지, 심지어 도시 등에도 서식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흔한 동물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던 여우는 ‘붉은 여우’라고 불리는 종입니다. 그런데 흔하던 여우가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일제 강점기 여우 모피를 노린 마구잡이 사냥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1960년부터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쥐약이 대량 살포되면서 타격을 받았고, 개발 등으로 서식지마저 파괴되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2004년 강원도에서 수컷 한 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이후 야생 상태의 붉은 여우, 즉 토종여우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토종 여우는 지금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여우는 생태계의 건강성과 균형을 지키는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설치류에 의한 질병 확산이나 고라니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입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토종여우를 자연 생태계에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까지 소백산 일대에 22마리를 방사했는데, 덫이나 독극물에 10마리나 희생됐습니다.
인간의 남획과 자연 파괴로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는 밀접하게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입니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보시기에 좋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생태계는 창조 질서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섭리입니다. 토종 여우의 복원이 생태학적일 뿐만 아니라 인도적이고 신앙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입니다.
정부는 최근 여우 3쌍을 소백산 일대에 방사했습니다. 밀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없다면, 여우 복원은 물론 다른 동물의 멸종도 막을 수 없습니다.
나신하(KB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