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에서 내린 지시사항이라는 것 같은데 그 지시의 내용이 너무 간단했다.
 “Enforce as planned, 계획대로 시행하라… 그 계획은 뭐야?”
 “아직 찾아내지 못했어요.”
 지시 내용이 바뀔 때마다 앞의 것은 삭제되는 것 같았다.
 “GT는 뭐지?”
 “그것도 아직 모르겠어요.”
 “개스 터빈이나 그랜드 투어러는 아닐테고.”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 스포츠 카의 모델 이름에 GT가 따라붙고 있었던 것이다. 마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디오 게임에도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라는 레이싱 시리즈가 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깜보가 눈을 깜빡거리며 끼어들었다.
 “혹시 그것이 미얀마와 관계가 있다면…”
 쪼야웅이 눈을 크게 뜨며 깜보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미얀마와 관계가 있는 말이라면 골든 트라이앵글도 있지요.”
 쪼야웅의 시선이 마싼다에게로 향했다. 
 “Golden Triangle…!”

 그것은 미얀마가 태국,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샨 주, 즉 북부의 고산지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각국의 반군 세력과 폭력 조직들이 그 지역에 몰려들어 아편 원료인 양귀비의 재배와 밀매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골든 트라이앵글 즉 황금의 삼각지대로 불리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GT는 마약과 관계 있는 조직일까요?”
 “더 큰 조직일 수도 있어.”
 “네?”
 마약은 본래 고대로부터 진통제 등 의약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를 환각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약은 그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간성을 황폐하게 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인류의 공적으로 규정되었다.
 “마약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거든.”

 모든 나라가 마약의 밀매를 금지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마약의 밀매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통제가 느슨해지고, 단속 조직을 축소하는 나라들도 있었다.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초 등 각성제의 합법적 유통을 허가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권력과의 커넥션 때문에?”
 “인간이 마약에 중독되듯 권력도 지하경제에 중독될 수 있으니까.”

 홍수 이후에 가나안의 장사꾼들이 니므롯과 결탁하여 인간의 사치와 타락을 부추겼던 것처럼 인류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모두가 권력과 장사꾼의 결탁 때문이었다. 
 “아편 전쟁처럼요?”
 영국 함대가 아편 판매를 위해 1840년 중국을 공략한 것이 아편 전쟁이었다.
 “어떻게 국가가 마약을…”
 “모든 것은 장사꾼들 때문에 시작되었어.”
 “영국의 동인도회사 말씀인가요?”
 그러나 쪼야웅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서기 1298년, 지중해를 주름잡던 세계적 장사꾼들 간에 전쟁이 있었지.”
 쪼야웅이 말한 그 전쟁에 대해서는 깜보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