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개의 파야로 뒤덮여 있는 미얀마는 실로 파야의 나라였다. 미얀마의 파야는 본래 탑을 말하는 것이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원도 역시 파야라고 하여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탐욕에서 황금을 벗겨내 깨달음에 쓰자는 뜻이었겠지.” 
 “반역의 탑을 사모의 탑으로 바꾼 건가요?”
 니므롯이 쌓았던 바벨탑과 미얀마의 파야를 연결해서 생각한 말이었다.
 “그러나 탑의 임자도 늘 바뀌었어.”
 “버마 족에서 몬 족으로, 그리고 다시 버마 족으로?”
 쪼야웅이 고개를 끄떡였다. 
 “북쪽에서 일어난 샨 족의 잉와 왕조와 몬 족의 바고 왕조 그리고 다시 재기한 버마 족의 따웅우 왕조가 서로 각축을 벌이다가 1755년 버마 족이 국토를 통일하여 꼰바웅 왕조를 건설했지. 꼰바웅 왕조 역시 테라바다 교리를 이어받기는 했는데 세력이 비대해지자 황금의 파야는 다시 탐욕의 탑으로 바뀌었지.”
 “어떤 욕심이 생겼는데요?”
 “시암의 아유타야 왕국을 정복하고, 다시 서쪽의 라카잉국을 점령하자 당시 인도 동부의 벵골 주를 장악하고 있던 영국과 어쩔 수 없이 충돌하게 된 거야.”
 “아, 1885년…”
 깜보도 아빠에게 들었던 그 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국과 싸우며 패전과 타협을 거듭하던 꼰바웅 왕조는 1885년 결국 그 마지막 왕이 폐위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 때서부터 미얀마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지.”
 바고 강을 건넌 다마스는 미야난다 호텔과 샌프랜시스코 모텔을 지나 철길을 지난 후 다시 남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YANGON 80 km”
 도로표지판을 보며 깜보가 물었다.
 “우린 지금 양곤으로 가나요?”
 어린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양곤은 오랫동안 미얀마의 수도였던 곳이었다.
 “아니.”
 제이드 가든 호텔과 바고 스타 호텔을 지나 10 킬로미터 쯤 더 달리던 쪼야웅은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는 한 물류 창고 앞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에는 SRD의 로고가 그려진 여러 대의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려라, 깜보.”
 운전석에서 내린 쪼야웅이 창고 앞 건물로 걸어가자 호출 번호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도어가 열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아래층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제일 구석진 곳에 사장실이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책상 위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여자가 일어서며 방긋 웃었다.
 “어서 오세요, 아꼬.”  
 아꼬는 형님과 오빠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호칭이었던 것이다.   
 “일찍 나왔네, 마싼다. 엑스포는 어찌 되었어?”
 “개막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구요… EW 317기의 사고 때문에 참가를 취소한 단체들이 꽤 있는 모양이에요.”
 “ACP에 대해서는 좀 알아 봤어?”
 그러자 마싼다가 좀 긴장하며 쪼야웅을 바라보았다.
 “ACP의 게시판을 찾아냈어요.”
 “그래?”
 쪼야웅이 테이블을 돌아 모니터 앞으로 다가섰다.
 “Control from G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