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여성이 날 찾아왔다. 일하느라 결혼도 늦어 40세가 다되어 아이를 출산하였다. 직장을 그만두고 몇 년 동안 아이를 키우는데만 전력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숨 돌릴 쯤 되었을 때 문득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동안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맥주 한 캔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술을 마시는 양이 점점 증가하고 급기야는 아이가 집에 와도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오는 시간에도 술을 마시고 취해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짜증도 많이 내고 아이에게 관심도 줄었다. 당연히 남편은 부인이 술 마시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싸우는 경우가 잦아졌다.

 본인도 어느 날 부터인가 자신에게 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끊어 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 이틀정도만 참을 수 있을 뿐 남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게 되고 취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요즈음은 이런 자신이 너무 싫어서 살기가 싫고 아이에게도 나쁜 엄마인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한다. 어떡하면 좋을지 나에게 온 것이다.

 이 분의 경우, 분명 알코올에 중독되었다. 중독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365일, 매일 술을 마시고 취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또 매일 취해 있지 않아도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을 끊임없이 가지고 있다면, 즉 술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중독되었다고 본다.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의 경우,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오늘 술 마실 일이 없나를 생각한다. 만약 있다면 너무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고, 없다면 누구하고 어떻게 술을 마실지, 혹은 주변에 술 마실 일이 없나 하며 기웃거린다. 대부분의 시간을 술 마실 건수를 찾는데 허비한다. 또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증가한다. 즉, 내성이 생겨서 이전보다 많이 마시게 된다.

 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안절부절하고 잠을 못자고 기분이 나빠지는 등 의욕을 잃고 심한 경우에는 환청을 듣거나 헛것을 보기도 하고 몸속에 벌레가 기어다닌다고 생각하는 환촉이 생기기도 하고 맛을 못 느끼게 되는 등 정신과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 금단증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코올에 중독되었나의 여부를 단지 손떨림이 있나 없나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금단증상의 하나이지 전부가 아니다.

 이외에도 중독의 특성 중의 하나는 잦은 재발이다. 술로 인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굳게 맹세하고 끊으려도 노력한다. 그러난 번번히 실패하고 다시 마시게 된다. 심지어 단주를 10년 20년씩하고 있는 분들조차도 실패하고 원래 술 마시던 행태로 돌아가 술을 마시게 된다. 그래서 한번 중독이 되면 끊기가 어렵고 평생 중독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중독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보통 위에서 기술한 4가지 특징, 즉, 술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나 생각, 내성, 금단증상, 잦은 재발이 있는 경우이다. 꼭 이렇게 구분을 하지 않아도 술을 마시고 건강, 가족 및 대인관계가 나빠지고 직장이나 학업 등에 문제가 생겨서 끊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시고 있다면 중독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위에서 기술한 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은 어느 중독에나 해당된다. 즉, 도박, 약물,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성, 주식, 쇼핑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중독되었나 여부가 궁금하면 알코올중독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된다. 물론 각 중독의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도구가 있으니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은 각 중독을 선별하는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이외에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중독은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조절하거나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중독이 되는 원인이 다양하므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치료해야한다. 따라서 중독과 관련한 전문적인 상담 및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특히 가족도 중독자만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녀는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상담과 치료 뿐만 아니라 보살펴야 한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중독자가 원하는 것은 다해주고 배려하면 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하여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냉정한 사랑을 해야 한다. 빚을 갚아주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독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하여 중독자수가 2∼3배 높다. 특히 요즈음 스마트폰에 대한 중독자수가 급증함에 따라 앞으로 중독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중독으로 인한 폐해와 부작용은 개인의 삶과 가족의 삶을 망칠 뿐만 아니라 건강이 나빠지고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경제적인 피해가 년 200조에 달할 정도로 크다. 필자가 25년 동안 중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특히 마음이 아픈 것은 중독자 자녀가 당하는 피해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문제를 일으키거나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독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생기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된다. 조기에 개입하면 할수록 좋다. 현재 국가에서 각 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 지역에 중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지면관계상 다 소개할 수 없으므로 일단 중독과 관련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살고 있는 지역의 보건소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강서아이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