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친 현대인에 회복주는 역할 해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강력한 성령운동과 왕성한 구제운동으로 성경의 초대교회 원형사역을 이어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과의 거룩한 소통이다. 이런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세상과의 소통이 있다. 그것은 문화사역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아니 앞서서 미디어 선교를 주도한 교회가 여의도순복음교회다.

 필자가 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에 부임한 것은 2013년 4월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광탄이 어디에 있고 무슨 뜻이냐고. 그러면서 “연탄이냐, 탄광이냐”라고 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은 오산리 기도원 근처 5분 거리에 있다. 광탄(廣灘)은 넓을 광(廣), 여울 혹은 물가 탄(灘). ‘넓은 여울’이란 뜻이다. 얼마나 좋은 뜻의 지명인가. 여울이나 물가는 은혜, 영생, 성령, 말씀, 생명의 공유를 상징하는 말 아닌가. 그것도 넓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같은 조합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의미를 모르고 연탄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었다.

 필자가 광탄교회와 특별한 만남이 있는 것은 1978년의 일이다. 당시 군복무 중에 광탄교회 중고등부 교육전도사로 사역했다. 그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는 완전히 별개의 교회였다. 35년의 세월이 지난 후 그곳의 담임 목사가 되었으니 하나님의 섭리였다. 광탄교회는 62년의 전통을 간직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교단의 교회다. 건축의 어려움을 겪다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10년에 인수했고 고석환 목사님이 크게 부흥시킨 후 필자가 2013년에 부임했다.

 광탄의 은혜로운 뜻을 알고 난 후 이를 알리는 차원에서 교회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마침 교회는 광탄면사무소 신산터널 부근에 위치해 있어 최근 교통요충지로 급부상한 지역이라 차량통행이 활발했기에 대형 현수막은 눈에 확 띈다. 현수막 상단에는 ‘광탄(廣灘)은 넓은 여울입니다’라는 글을 넣었다. 그리고 문화사역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 지친 현대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되는 짧은 글을 하단에 넣었다. 원색적인 복음에 따른 문구나 성경 말씀 보다는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메시지를 선택했다. 첫 번째가 ‘여울은 돌멩이가 있을 때 노래한다’였다. ‘넓은 여울’과 연상된 글이었다. 광탄이란 뜻이 알려지니 광탄면사무소는 물론 지역주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인근에 골프장이 많아 골퍼들이 오고 가면서 현수막의 글에 관심을 가졌다.

 현수막은 두 달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바꾸었다. 작년 초에는 ‘빈 자루는 서있지 못한다’는 글도 담았다. 이 글을 보고 교회에 새신자로 등록한 분이 있었다. 빈자루처럼 살았는데 이젠 교회에 나와 의미를 담고 싶다고 했다. 여름에는 ‘무지개는 비 온 뒤에 뜬다’라는 말도 적었다. 축복이나 행복, 보람과 가치는 슬픔과 아픔이 지난 뒤 온다는 뜻이다. 주위의 여론이 달라졌다. 다음에 어떤 글이 있느냐고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었다. 어디에서 나온 말이냐는 전화문의도 있었다.

 그로부터 짧지만 되새기고 싶어 하는 글들을 많이 담았다. 순복음 메시지 특징대로 희망이 주제였다. 그 때 다시 절감하고 확인했다. 희망의 소통이 얼마나 생명력 있는가를. 이 시대가 얼마나 희망과 생명을 갈구하고 있는가를. ‘씀바귀에도 꿀이 있다’는 글도 담았다. 우리나라 고위직 후보에서 안타깝게 물러나신 분이 이 말을 메모하고 고맙다고 했다. ‘별을 딸 수는 없지만 품을 수는 있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교회에는 안 나와도 지역 학교의 한 동문이 이 말을 외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레리의 시구도 인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하면서 교회가 좋은 일을 한다고 했다. 재작년 봄에는 이상화의 시도 변형한 적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글이었다. 하나님의 회복의 은혜에 대한 암시였다.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도 걸었다. ‘모든 새로움은 종말에서 출발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으로 ‘그럴 수가, 그럴 수도- 글자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는 글도 있었다. ‘먹구름 너머에 푸른 하늘 있다’는 뜻의 ‘雲外蒼天’(운외창천)라는 한자를 담은 적도 있었다. 현수막을 걸면서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절대희망을 표현하고 다중과 소통하는 글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마가복음 2장에는 중풍병자를 고치신 예수님의 기록이 나온다. 주님이 말씀하실 때 소문을 듣고 인파가 몰렸다. 중풍병자의 친구들은 인파에 병자인 친구를 예수님께 데려 갈 수 없으므로 집에 올라가 지붕을 뜯고 구멍을 낸 후 병자가 누워있는 들것을 예수님 앞에 내렸다. ‘그들의 믿음’(막 2:5)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쳐주셨다.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막 2:9). 이 기사에서 많은 영적 교훈이 있지만 필자는 의미가 연결된 세 가지에 주목한다. ‘그들의 믿음’ 이란 표현과 ‘지붕을 뜯었다’는 기록, ‘구멍을 냈다’는 묘사다. ‘그들은’ 믿음의 목적이 소통의 합의를 이루었다. ‘지붕을 뜯었다’는 것은 소통의 창조적 파괴를 뜻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독선이나 아집, 부정적인 생각을 뜯어내야 한다. ‘구멍을 냈다’는 것은 소통의 생명통로를 뜻한다. 특히 구멍은 소통의 완결이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도 구원의 소통을 위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은 소통의 현현이다. 교회에서는 생명의 소통을 위해 순복음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대형 현수막으로 계속 이어갈 것이다. 최근 걸린 현수막의 글은 ‘고개를 넘으니 마을이 있다’다.

김상길 목사<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