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의 미학 - 임석명 목사(은평성전 담임) |
 인류의 역사는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탁월한 천재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반대로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 주변의 우려를 물리치고 인류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기는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바보들의 활약이다. 코미디는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에 재미를 더 해 주는 것은 주인공의 멋진 연기보다 푼수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마음에 긴장의 빗장을 풀어주는 조연인 경우가 많다.
로마 역사에는 브루투스라는 이름이 많다. 브루투스는 바보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격변기에도, 그로부터 500여 년 후 공화정을 폐지하고 제정으로 넘어가는 혼란기에도 브루투스가 등장한다. 500년 전의 브루투스는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민중을 설득해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의 시대를 연 역사적 인물이 되었고 500년 후 브루투스는 용도 폐기에 처한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두 사람은 모자라서 바보가 아니라 시대적 불운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처세술을 발휘했던 것이다.
일본 센코쿠시대 난세에도 유명한 바보가 있었으니 오와리성 성주의 아들 오다 노부나가다. 사람들은 그를 큰 바보, 혹은 멍청이라고 불렀다. 명색이 성주의 아들이 불량배들과 어울려 냇가에서 고기나 잡고, 배가 고프면 백성들이 피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을 서리하고, 더 나아가 마을을 습격해서 제사 밥을 약탈하곤 했다. 문중에서는 장남 보다는 차남 노부유키 후계자론을 주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죽자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위기에 처한 문중을 하나로 결집했고 그 결과 일본천하통일의 초석을 다진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어렸을 때 어울려 다니면서 훈련시킨 부하들과 도망 다니면서 익힌 전국각지의 지형을 적절하게 활용한 덕분이었다.
고구려 시대에는 바보 온달이 있었다. 그는 저잣거리의 놀림거리였지만 그러나 보통 바보가 아니라 임금(고구려 25대 평원왕)도 그의 존재를 익히 알 정도로 유명했다. 온달은 바보 컨셉으로 평강공주와 결혼하는데 성공하고 뒤늦게 글과 무예를 익혀 577년 북주의 무제가 고구려를 침공하자 군대를 이끌고 나가 큰 공을 세운 영웅적 인물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의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씨의 이름도 클 태(泰)에 어리석을 우(愚), 큰 바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바보의 미학이 있다. 바보는 놀림을 받아도 웃기만 하니 긍정마인드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내색하지 않으니 강인한 정신력이다, 활동량은 많고 말은 적게 하니 현명한 자기관리다, 바보를 보는 사람들마다 다 웃으니 탁월한 유머감각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귀신도 비껴가고 하나님도 도와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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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27. am 10:37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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