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조만식 장기려 등 믿음의 일꾼 배출한 교회

일제 신사참배거부, 공산치하서 교회 지키려 분투

 산정현교회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분립돼 1906년 1월 평양의 닭골에 세워진 장로교회이다.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인 번하이슬(Bernheisel, C.F.)과 계택선 이신행 정이도 등이 교회 설립에 큰 역할을 다했다. 초기 교회는 장대현교회의 구예배당을 사용하다가 1년 만에 교세가 300여 명으로 늘어 산정현에 교회를 신축 이전하고 ‘산정현교회’라 불리게 됐다. 교회는 날로 부흥해 1913년에는 교인이 500명으로 늘어났다.

 산정현교회는 일제강점기 시절, 애국 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유명하다. 1917년 제4대 목사로 부임한 강규찬 목사는 3·1운동 때 평양의 만세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마산 문창교회에서 시무하다 1936년 담임으로 부임한 주기철 목사는 일제의 종교탄압에 대항해 신사참배반대운동을 강력히 추진하다가 구속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해방을 한해 앞둔 1944년 4월 옥중에서 49세로 순교했다.

 산정현교회는 광복 후 신사참배반대운동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많은 교인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일제 때 평양노회의 과오에 대한 반응문제로 갈라져 친일교역자들을 끝까지 반대하는 측에서 교회를 이탈, 분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아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김철훈 정일선 목사는 물론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조만식 장로가 공산당에 의해 처형됐다. 또 주기철 목사를 도와 신앙투쟁을 펼치고 해방 후에는 조만식 장로와 함께 건국 사업에 앞장섰던 유계준 장로도 공산당에 의해 순교당했다. 이 밖에도 백인숙 전도사와 교인들이 체포되거나 순교당하는 등 많은 탄압을 받으면서 교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1·4후퇴 이후 월남한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1956년 2월 서울에서 재건 예배를 드림으로써 서울 산정현교회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됐다. 이후 교회는 부흥되면서 서울 용산·이태원을 비롯해 부산 등지에 교회가 세워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산정현교회는 주기철 목사, 조만식 장로 등과 함께 신사참배로부터, 공산 정권으로부터 신앙을 지켜낸 그리고 수난시대에 끝까지 믿음을 지킨 모범된 교회로 기억되고 있다.

 산정현교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로는 장기려 박사도 꼽힌다. 1945년 산정현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한 장기려 박사는 해방후 암흑기에 있는 산정현교회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산정현교회에서 신앙의 기틀을 마련하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헌신했던 장기려 박사는 월남 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명칭을 받으며 1979년 아몬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