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 선 사람들의 손을 잡아드려요

순복음호스피스에서 15년 째 봉사 중
하나님께서 건강과 능력 주시니 항상 감사

 한해의 마무리를 하는 12월이다. 2015년 한해를 뒤돌아보면 바쁘게만 살아왔던 일년이 너무도 빨리 지난 것 같아 아쉬움과 미련이 커진다. 그렇게 하루 하루, 한해 한해가 켜켜이 쌓여 우리네 삶을 이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으며 하루를 보내고, 하루들이 모여 한주가 지나고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달력이 한 장씩 뒤로 넘어가다 어느새 마지막 장을 마주하게 됐다. 끝 다음에 맞이하는 시작은 설레임과 기대감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을 진대 우리는 죽음을 너무나 낯선 일로만 여기고 사는 것은 아닐까. 의식적으로 막연히 떠올려 보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을 깊이 생각하기는 어렵다.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웰빙이 이뤄진다.  

 김기영 권사는 15년 째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삶의 끝에 선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죽음이라는 철저한 고독 속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 호스피스 봉사다. 이제 호스피스 봉사는 김기영 권사의 삶의 일부가 됐다. 

 “호스피스에 관심은 많았어요.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기도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순복음가족신문’에 우리 교회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하고 호스피스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역시 호스피스에 관심 있던 시어머니와 같이 2001년부터 교육을 받고 봉사를 하게 됐죠”

 파킨슨병을 앓다 3년 전 하늘의 부름을 받으신 시어머니는 김기영 권사의 영원한 동역자였다. 고부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함께 인생 공부를 했고 서로를 더욱 귀하게 여겼다.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데이트 하듯 밖에서 점심도 사먹고 집안일 외에 공부한 것을 이야기 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어머니가 마지막 투병을 하실 때는 봉사를 하며 첫 번째 만났던 환우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 교회 권사님이었어요. 저희와 한동네에 사셨는데 저희 어머니를 위해 그분을 만나게 해주신 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파킨슨병이셨는데 전혀 거동을 못하시고 말씀도 못하는 상태셨죠. 그래도 눈으로 소통을 하셨어요. 눈으로 다 알 수 있었어요. ‘찬송가 ○○장을 불러 드릴까요’하면 눈으로 표시를 하셨죠. 정신은 멀쩡하신데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머리도 감겨드리고 침상 목욕도 해드리곤 했는데 공교롭게도 저희가 목욕을 해드린 날 바로 다음 새벽에 소천을 하셨어요. 우리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잘 해드렸구나 하는 보람도 있었죠”  

 김 권사는 호스피스 교육은 누구나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어머니도 열심히 활동하시다가  파킨슨병으로 인해 마비가 오니 음식물도 삼키지 못하시고 언어장애도 오고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정신은 멀쩡 하신 분이 운동신경이 마비가 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본인이 호스피스 봉사를 하신 분이어서 잘 받아들이셨던 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국민이 호스피스 교육을 다 받았으면 좋겠다고 권유하는 김 권사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 삶의 마지막 단계 때 결정을 할 수가 있어요.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특히 자식들이 부모님 살려만 달라고 매달리는데 생명 연장만 할뿐 환자 입장에서는 괴롭기만 하거든요. 교육을 받은 분들은 미리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결정도 해 놓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기영 권사는 봉사하는 삶, 더욱이 호스피스 봉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거나 부담감 때문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우를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 “저는 위로 시아버지를 모시고 남편, 큰아들 내외와 손자와 함께  살고 있어요. 며느리가 둘째를 임신해 곧 태어날 때가 되었고요. 봉사를 하려면 가족들이 배려해주고 도와줘야 할 것 같지만 지금도 제가 가족들을 제일 많이 돕고 있어요. 하하하”

 김기영 권사는 일주일에 두 번 호스피스 봉사를 한다. 월요일에는 이대목동병원 암환자 발마사지를 하고 수요일에는 가정 방문의 날로 영등포보건소에서 지정해준 자택으로 방문해서 암환자를 돌본다. 한번 봉사시간은 2∼3시간이고 시간은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조율해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찾을 수 있다. “봉사자들 간에도 서로 간증을 해요. 봉사를 하면 하나님이 건강을 주시고, 건강을 주셔야 봉사할 수 있다고요. 월요일에는 장옥선 실장님과 함께 하고 수요일에는 이광숙 실장님과 함께 봉사를 가요. 장 실장님은 연세가 70이 넘으셨고 무릎도 아프신 분이 환자들을 만나면 새 힘이 솟는다고 그러세요.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다양한 봉사 중에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도 있고요. 봉사는 봉사예요. 봉사만큼의 책임은 있지만 많은 양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예요. 내게 주어진 시간 중에 하나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하면 그게 봉사죠.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되요”

 언제나 용인 샘물 호스피스 봉사 때 마다 운전으로 섬기는 최영화 권사, 호스피스 초창기부터 봉사의 모범을 보이는 임석순 장로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만큼 좋은 동역자들이 있어 김기영 권사는 감사하다고 말한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마음이 어렵기도 해요. 처음에는 내 뜻대로 다니는 것 같은데 성령님이 인도하셔야 봉사가 이뤄지더라구요. 내 힘대로 내 뜻대로 하면 되지 않아요. 그리고 남들에게도 이렇게 잘하는데 당연히 가족들에게 더 잘하게 돼요. 또 순간 순간이 소중 하다는걸 배워요. 오늘 이 순간을 내가 잘 살아야지 잘 죽을 수 있구나 그런 것도 생각하고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평안함을 갖지 못하고 가족과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다 내려 놓을 수 있도록,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도와주는 것이 호스피스 봉사자의 역할이다. 순복음호스피스 봉사자는 이에 더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에 이르게 까지 한다. “언제나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수 있느니라’는 빌립보서 말씀을 붙들죠. 하나님이 능력주시지 않으면 절대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죠”

 김 권사는 매일 남편 김주성 장로와 함께 새벽예배를 드린다. 예배를 통해 봉사가 있는 날에는 성령님이 함께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환우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봉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건강도 전적으로 하나님이 주신 복이더라구요. 매일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시간을 주시고 환경을 열어 주셔야 할 수 있는 거라는걸 깨달아요. 처음에는 봉사를 하긴 해야하는데 피하고 싶기도 했던 적도 있죠. 호스피스라고 하면 대단히 무서운 걸로 아는데 무섭지 않고 사랑을 전해주는 일이에요. 이제는 기대감도 있고 노하우도 생기고 보람도 생겨가요. 많은 분들이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현재 순복음호스피스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 권사는 “의외로 우리 교회 분들이 호스피스를 받겠다고 신청하는 분들이 없어요. 저희는 우리 식구들을 먼저 챙기고 싶어요. 직접 신청하셔도 되니까 언제든지 호스피스 사무실로 전화를 주시거나 방문해주세요. 연락을 주시면 저희 호스피스 담당 목사님과 심방도 받으실 수 있고 일주일에 한번 호스피스 봉사도 받으실 수 있으세요. 지면을 통해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글·복순희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