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를 어떤 사람이라 하느냐”

“그러므로 바리새인들도 그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이르되 그 사람이 진흙을 내 눈에 바르매 내가 씻고 보나이다 하니…(중략)…이에 맹인 되었던 자에게 다시 묻되 그 사람이 네 눈을 뜨게 하였으니 너는 그를 어떠한 사람이라 하느냐 대답하되 선지자니이다 하니”(요 9:15∼17)

 바리새인들이 그 사람에게 눈을 뜨게 된 경위를 묻자 그 사람은 다시한번 자신이 눈을 뜨게 된 경위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 사이에 한편에서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지키지 않은 것을 보니 하나님께로부터 온 자가 아니라고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맹인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을 행한 것을 보니 죄인일리 없다고도 했습니다. 맹인이 눈을 뜬 사건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자기의 견해만이 옳다고 주장한 바리새인들은 두 패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고, 그들은 맹인에게 자신의 의견이 맞다는 것을 증명시키고자 맹인에게 심문하듯 묻습니다. 그러나 맹인 되었던 자는 바리새인들의 의도에 아랑곳없이 ‘선지자’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예수님을 보지 못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어 보지도 못했으나 안식일에 자신의 눈을 고쳐주었으니 분명히 선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그가 맹인으로 있다가 보게 된 것을 믿지 아니하고 그의 부모를 불러 묻되…(중략)…이러므로 그 부모가 말하기를 그가 장성하였으니 그에게 물어 보소서 하였더라”(요 9:18∼23)

 맹인 되었던 자가 예수님을 선지자라고 답변함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의도가 무산되자 바리새인들은 그가 맹인으로 태어났다는 말이 사실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의 부모를 소환하여 예수님의 기적을 부인하게 하고, 그로 인해 예수님께로 끌리는 사람들의 마음과 관심을 돌리려 하였습니다. 즉 그가 맹인이 아니면서 맹인인척 했다고 몰아 세우고, 이것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셈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맹인이 되었던 자의 부모의 답변은 바리새인들의 의도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그 부모는 맹인 되었던 자가 그들의 아들이며 맹인으로 태어났다는 점은 분명히 맞지만 그가 지금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누가 그의 눈을 뜨게 해 주었는지 아는 것이 없고, 덧붙여 직접 물어보라고 하며 출교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리새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던 것입니다. 출교는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이 사용했던 가장 강력한 형벌이었습니다. 유대교에서 출교처분을 받은 사람은 회당에 출입할 수 없었으며, 경제생활은 물론이요,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강제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출교 처분하기로 결의하였고, 이 소문은 유대인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되고 배척 받을 각오 없이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맹인되었던 자의 부모 역시 출교의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여 아들의 눈을 뜨게 하셨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답을 회피하고 아들에게 위기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부모의 면모를 보이고 만 것입니다.

※‘요한복음강해’(서울말씀사)에서 요약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