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야, 한국의 성씨에 대해서 네가 어떻게 그리 잘 아는 거냐?”
 쪼야웅이 놀라서 묻자 깜보가 씨익 웃었다.
 “아시다시피 미얀마에는 성이 없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본관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의 성씨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한국에는 3백 개가 넘는 성씨가 있는데, 가장 많은 성씨는 김, 이, 박, 최, 정, 강, 조, 윤… 등이고, 같은 성씨도 다시 본관으로 구분을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빠도 김해 신씨래요.”
 “신경환 선교사가?” 
 “김해 김씨나 김해 허씨에 대해서는 들어보았어도, 신씨나 조씨가 김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몰랐거든요.”
 그러나 쪼야웅이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가만 있자… 그렇다면 혹시”
 “뭔가 짚이는게 있나요?”
 “수로왕비 허황옥 공주가 김해에 도착했을 때, 아유타국에서 공주를 모시고 온 두 명의 신하가 있었는데 그들이 신보(申輔)와 조광(趙匡)이었어.”
 “그들이 김해에 와서 결혼을 했나요?”
 “아니야, 처음부터 부부가 함께 왔는데 신보의 아내 이름은 모정이고 조광의 아내는 모량이었어. 후일 신보의 딸은 수로왕의 아들인 거등왕의 비가 되었고, 조광의 손녀는 거등왕의 아들인 마품왕과 결혼을 했지.”
 싼슈이가 마련해 준 도시락을 다 먹고 짠예 주스까지 마신 후에 쪼야웅은 잠시 눈을 붙이겠다며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눈을 감았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듯 그는 가끔 어깨를 움직였다. 김해 조씨의 후예인 그가 김해 신씨의 성을 물려받은 깜보와 미얀마 땅에서 가야 왕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사실 때문에 기이한 감회에 젖고 있었던 것이다. 
 “김해 신씨, 신경환…”
 아빠와 소라를 생각하며 킷캣의 초코바를 만지작거리다가 잠이 들었던 깜보는 엔진 소리에 눈을 떴다. 잠시 눈을 붙였던 쪼야웅이 다시 차를 몰아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BAGO 60㎞”
 깜보의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차가 몬 주에서 바고 구로 넘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고는 그가 구걸하며 자란 곳이었다. 밤을 뚫고 달리던 다마스의 윈도우에 동이 트고 있을 때 멀리 바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고 왕국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AD 573년 몬 족의 두 왕자가 바고를 건설하고 뚜완나부미 즉 황금의 땅이라는 몬 족의 나라를 세웠는데 후일 따톤 왕국으로 불리워졌지.”
 “그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알렉산더가 인도에서 물러간 후 BC 273년 마우리아의 왕이 된 아쇼카가 불교로 전향하면서 주변 세력들을 다르마로 지배하기 시작했어. 아유타국 역시 그들에게 밀리다가 허황옥 공주를 동방으로 보낸 후 AD 3백년 경에는 나라를 빼앗겼는데 그들 중 일부가 미얀마로 건너왔을 수도…”
 “그럼 버마 족은요?”
 “AD 1044년 버마 족의 버강 왕국이 몬 족의 따톤 왕국을 통합했어. 그러나 237년 후에는 다시 몬 족이 세운 바고 왕국이 버강 왕국을 흡수했지.”
 왕국의 흥망사를 들으며 깜보는 전도서의 한 구절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