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가 손끝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아무리 패밀리 개념이라고 해도 제가 사장님을 형이라고 부르기는 좀…”
 그 말에 쪼야웅이 또 소리를 내며 웃었다.
 “허어… 그럼 우레이라고 하든지.”
 우레이는 삼촌이었다.  
 “그게 좋겠네요, 우레이.”
 몰레먀인을 벗어나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리던 쪼야웅은 도로를 벗어난 공지에 차를 세우고 깜보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싼슈이가 마련해 준 도시락을 먹어 볼까?”
 가방에서 꺼낸 상자의 뚜껑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몽글거리며 솟아나왔다. 커리를 얹은 쌀밥과 한국식 김치를 비롯하여 아생쪄라고 하는 야채 볶음과 만두 튀김 페똑쪄, 그리고 생선 튀김 나쪄와 미얀마에서 띤버띠라고 부르는 열대 과일 파파야 등이 빼곡하게 담겨져 있었다.
 “우레이, 이건 뭐죠?”
 깜보가 물병을 들어 보이자 쪼야웅이 가르쳐 주었다.
 “짠예… 사탕수수로 만든 주스야.”
 쪼야웅이 눈을 감으며 기도를 시작했다.
 “여기까지 무사히 오게 하시고,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안내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기도가 끝났는데도 아직 도시락 상자를 물끄럼이 들여다보고 있는 깜보에게 그가 물었다.
 “왜 그래?”
 “…무엇으로 먹지요?”   
 나무 젓가락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얀마 스타일을 잊어버린 모양이지?”
 쪼야웅이 손으로 커리와 밥을 버무려 입에 넣으며 웃었다.
 “아…”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먹는 것이 미얀마 스타일이었다. 깜보 역시 일곱 살 까지 그렇게 살았으면서도 한국에서 사는 동안 그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깜보가 킬킬대며 손으로 밥을 주물러가며 먹다가 쪼야웅에게 물었다.
 “우레이, 한국 이름은 뭐에요?”
 “조야웅.”
 “네?”
 “성은 조(趙)씨고, 이름은 야웅(耶雄)이야. 내가 태어날 때, 지붕에서 고양이가 야웅…하고 울어서 이름을 야웅이라고 지었대. 난 태어날 때부터 미얀마와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게 되었나봐.”
 깜보는 그가 탔던 마지막 비행기에서 입국 카드를 쓰고 있던 아빠에게 신씨의 본관을 물어본 것이 생각나서 중얼거리듯 물었다.
 “우레이는… 어디 조씨에요?”
 그러자 쪼야웅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김해 조씨.”
 “네?”
 깜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아니, 한양이나 함안 또는 풍양 조씨도 아니고 김해 조씨라니요?” 
 그럴만한 것이 그의 아빠 신경환 선교사도 우리는 어디 신씨냐고 물어보자 평산이나 고령이 아니라 김해 신씨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