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제일 먼저 세워진 교회
제인스 홀 선교사가 1893년 설립
장대현교회와 함께 개신교 요람
평양 요지였던 터에 인민대학습당 세워져
평양 남산현에 위치했던 남산현감리교회는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 감리교 선교부를 통해 파송받은 월리엄 제임스 홀 선교사에 의해 설립됐다.
1891년 조선에 온 제임스 홀 선교사는 1892년 평양선교를 시작한다. 당시 그의 곁에는 1890년 경 침례를 받고 1892년 미국 감리회 조선선교회에서 정식으로 전도인으로 임명받아 활동하던 김창식이 개인비서 겸 조사로 붙어 다녔다. 둘은 1893년 4월 평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재 언덕에 남산현감리교회를 세우고 평양 지방 순회전도를 시작한다.
1894년 청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쟁터였던 평양에는 수많은 사상자들이 넘쳤다. 미국 감리교 선교부는 제임스 홀 선교사에게 철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의사 출신인 그는 평양을 떠나지 않고 부상자들을 지키며 치료하다 과로와 발진티프스로 1894년 11월 24일 목숨을 잃고 만다. 세상을 갑자기 떠난 홀 선교사를 대신해 김창식이 평양 선교를 도맡아 하는 등 위기상황에서도 선교활동에 매진해 전쟁이 끝난 후 남산현감리교회는 오히려 크게 부흥하게 된다. 남산현감리교회는 장로교에서 세운 장대현교회와 함께 개신교의 요람이 된다.
평양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남산현교회가 무엇보다 주목 받는 이유는 목회자와 교인 중 독립 운동가들이 많이 나왔다는데 있다. 3.1 독립운동 당시 남산현교회 담임이었던 신흥식 목사는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서울에서 열린 독립 선언식에 참석했고, 부담임이던 박석훈 목사 역시 평양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평양 형무소에 수감 중 순국했다.
청년들은 독립협회를 만들어 운동에 나섰고, 여성들은 항일 비밀 결사 애국부인회를 조직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남산현감리교회는 해방 후에도 수난을 당한다. 전쟁으로 인해 당시 담임이던 송정근 목사 등 많은 교인들이 순교를 당했다. 성도 중 일부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국전쟁 후 남산현감리교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평양 제일의 요지에 세워졌던 남산현감리교회터에는 현재 북한 인민대학습당이 세워져 있다.
해발 35븖의 높지 않은 고개였던 남산재는 위치가 좋아 북한 정부가 정부 청사를 짓고자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복합문화시설 중 하나인 인민대학습당이 1982년 들어서게 됐고,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그 앞은 김일성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남산현감리교회를 담임했던 이윤영 목사가 독립운동가이자 감리교 목회자였던 이규갑 목사와 함께 회현동 남산 밑에 월남한 남산현감리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웠는데, 바로 남산감리교회다. 남산터널 공사로 교회는 1980년 방배동으로 옮겼고, 남산교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남산현감리교회의 신앙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