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에 적갈색 천이 하나 있지?”
 “네, 있어요.”
 “그것을 왼쪽 어깨에 둘러서 기브스한 왼쪽 팔을 가려라. 이제부터 우리는 몰레먀인 시내로 들어간다.” 적갈색 천을 펼쳐서 왼쪽 어깨에 두르니 영락없는 동자승이었다.
 “나무 상자 같은 것과 물병도 있는데요.”
 “우리를 위해 싼슈이가 준비한 도시락이야. 몰레먀인을 지나서 먹자.”
 이미 여러 개의 바나나를 먹었기 때문에 허기를 면한 깜보가 고개를 끄떡이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SRD는 뭐죠?”
 “스카이 로드 델리버리, 내가 운영하는 택배 회사야.”
 “하늘 길 택배… 그 회사의 사장님이신가요?”
 “그런 셈이지.”
 “여기서도 택배 사업이 잘 되나요?”
 택배나 용달은 한국처럼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에 성행하는 사업이어서 미얀마는 깜보가 보기에도 아직 좀 이른 것 같았던 것이다.
 “DHL이나 Fedex 같은 큰 회사들보다 먼저 자리를 잡기 위해서 내가 그들보다 빨리 뛰어들어 왔던 거야.” 
 “몰레먀인에도 지사가 있나보죠?”
 “아까 본 싼슈이가 몰레먀인 지사의 책임자지.”
 “그분은 사장님을 형이라고 하던데요?”
 “왜, 이상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갱단 같은 폭력배들이 자기네 조직을 패밀리라 하고, 자기보다 위계가 높은 사람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네, 어쩐지…”
 “그게 조폭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해도, 가족의 의미가 중요해서 그렇게 부르도록 한 거야. 깜보야, 조폭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신부님들이나 목사님들이 교우들을 형제 또는 자매라고 하거든.”
 “그렇군요.”
 깜보가 그 말에 동의하다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럼 이 차의 노란 색과 빨간 색도 패밀리를 의미하나요?”
 “미얀마 국기의 색을 본딴 거야.”
 “아…”
 “노란 색은 단결, 빨간 색은 용기, 초록색 글씨는 평화… 그리고 하얀 별은 미얀마 사람들의 자부심을 의미하지.”
 “미얀마 국기에는 별이 하난데, 왜 SRD는 일곱 개지요?”
 “성경에서는 일곱 별이 교회를 의미하거든.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양 쪽에 별이 일곱 개씩 있으니 일곱 개의 정부관할 구와 일곱 개의 종족자치 주를 의미한다고 설명해 주었지. 그러니까 모두들 수긍을 하더군.”
 몰레먀인에 들어서자 실종된 한국인 소년의 수색이 시작되었는지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SRD의 다마스는 경찰이 별로 눈여겨 보지도 않은채 그대로 통과시켰다. SRD가 미얀마에서 잘 알려져 있고, 그만큼 당국과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꽤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쪼야웅은 몰레먀인 지사에 들르지 않고 그대로 시가를 벗어났다.
 “싼슈이 지사장은 사장님을 형으로 부르지만 저는…”
 “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