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들 무렵,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지나다보면 아름다운 벌레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을 때가 있습니다. 가을의 전령사라고 불리는 귀뚜라미입니다.
귀뚜라미는 곤충류에 속하는 절지동물입니다. 주로 땅바닥 근처에 살면서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 야행성인데, 전 세계에 1200여 종, 우리나라에만 30종 가량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울음소리는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날개와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종마다 날개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울음소리는 제각각입니다.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 귀뚜라미가 심리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소리를 듣고 교감하면, 우울증이 호전되고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등 노인성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농촌진흥청과 경북대병원이 65살 이상 노인을 40여 명씩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쪽에서 왕귀뚜라미를 두 달 동안 기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증 지수는 떨어진 반면 인지기능과 정신적 삶의 질 지수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귀뚜라미를 기른 집단의 뇌 활성도가 높게 나온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식량자원으로 귀뚜라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식량자원으로서 귀뚜라미가 갖는 장점은 여느 곤충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영양과 높은 효율성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2000여 종의 곤충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귀뚜라미는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식량자원 중 하나입니다.
자연에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귀뚜라미에도 이처럼 경이롭고 위대한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귀뚜라미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엄청난 축복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인간이 이제야 그 비밀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