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P?”
 그도 처음 들어보는 약칭인 모양이었다. 뭔가를 생각하며 차를 몰던 쪼야웅은 뭇동을 지나 몰레먀인이 가까워오자 핸들을 오른 쪽으로 꺾어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다. 나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울창한 숲이 되었다. 숲 속을 헤치며 한참을 들어가자 대나무와 야자 잎으로 엮은 오두막 한 채가 나타났다. 그는 오두막 앞에 차를 세운 다음 셀 폰을 꺼내 들었다. 
 “나야, 싼슈이. 지금 M-2에 와 있어.”
 간단히 말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노트북을 꺼내 열었다.
 “ACP…라고 했지?”
 그는 깜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벌써 노트북의 자료를 읽고 있었다.
 “아프리카, 카리브, 태평양 국가 연합…”  
 “그건 아빠도 알고 있었어요.”
 쪼야웅이 한 가지를 더 찾아내서 중얼거리며 읽었다.
 “올 코트 프레싱…”
 “그건 농구할 때 쓰는 말 아닌가요?”
 농구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감독이 속전 속결로 경기를 끝내기 위해서 지시하는 전방위 압박 전략(All Court Pressing)을 말하는 것이었다. 쪼야웅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다른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오두막을 향해 다가 왔다. 쪼야웅이 노트북을 접으며 깜보에게 말했다.    
 “자, 이제 저 차로 옮겨 타자.”
 지프 옆으로 다가와서 멈추어 선 차는 빨간 색과 노란 색으로 도색한 미니밴 다마스였다. 차의 양쪽 측면에 하얀 별 일곱 개와 초록색으로 쓴 SRD 세 글자가 그려져 있었다. 쪼야웅이 다마스를 몰고 온 남자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싼슈이.”
 “지사에는 들르지 않으십니까?”
 “우선 바고로 가야겠어.”
 그는 싼슈이가 가져온 가방 하나를 건네받으면서 말했다.
 “중요한 동향이 있으면 바고로 연락해 주게.”
 “알겠습니다, 아꼬.”
 아꼬는 미얀마 말로 형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먼저 조수석에 올라탄 깜보에게 가방을 안겨 준 다음 싼슈이의 등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부탁해.”
 “염려 마세요, 아꼬.”
 운전석에 올라탄 쪼야웅이 기어를 R에 넣고 후진하다가 다시 D로 바꾸자 다마스는 오두막 앞을 떠났다. 차가 숲을 벗어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가방 속에 화장품 용기 같은게 하나 들어 있을꺼야.”
 “네, 있네요.”
 거기 적힌 글자를 읽으며 깜보가 아는 척을 했다.
 “따나카로군요.”
 황토 가루에 따나카 나무의 껍질을 갈아 넣어 만든 따나카 크림은 미얀마의 여자들과 아이들이 얼굴에 잘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였다. 바고에서 구걸하며 자란 깜보는 그것을 얼굴에 바르고 다니는 아이들을 몹시 부러워했었다.
 “얼굴에 따나카를 바르거라.”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바르는 법도 달랐다. 그냥 문질러 바르는 아이들도 있고, 동그라미 무늬로 바르기도 했던 것이다. 이마와 턱에는 그냥 바르고 두 볼에는 동그라미를 여러개 겹쳐서 그렸다. 쪼야웅이 또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