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게 하신 날은 안식일이라”

 “이웃 사람들과 전에 그가 걸인인 것을 보았던 사람들이 이르되 이는 앉아서 구걸하던 자가 아니냐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라 하며 어떤 사람은 아니라 그와 비슷하다 하거늘 자기 말은 내가 그라 하니 그들이 묻되 그러면 네 눈이 어떻게 떠졌느냐 대답하되 예수라 하는 그 사람이 진흙을 이겨 내 눈에 바르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하기에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노라 그들이 이르되 그가 어디 있느냐 이르되 알지 못하노라 하니라”(요 9:8∼12)

 당시에 맹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걸을 했습니다. 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그는 어려서부터 길거리에 나와 앉아서 구걸해 왔기 때문에 이웃 사람들은 물론 그 길을 몇 번 지나쳤던 사람들도 그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눈을 뜨고 거리를 활보하자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리둥절한 채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눈을 뜨고 사람들 사이를 활보하던 그는 사람들에게 “내가 바로 그 맹인입니다”라고 말하며, 난생 처음 눈을 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보는 기쁨과 환희를 맛보며 자신의 눈이 치료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눈뜬 사람의 말을 들을수록 호기심이 더 커졌습니다. ‘이토록 큰 기적을 행한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 분명한데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군’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어디 있느냐”고 재차 질문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단지 “알지 못하노라”는 실망스러운 대답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맹인을 치료하신 후 그 자리를 떠나셨으므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전에 맹인이었던 사람을 데리고 바리새인들에게 갔더라 예수께서 진흙을 이겨 눈을 뜨게 하신 날은 안식일이라”(요 9:13∼14)

 사람들은 맹인이었던 사람을 바리새인들에게 데려 갔습니다 창세 이후로 맹인으로 난 자의 눈이 뜨여진 사건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그들은 맹인이 눈을 떴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하였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적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고 종교지도자인 바리새인들에게 간 것입니다.
 바로 이 기적의 날은 안식일이었는데,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십계명 중 안식일에 관한 제4계명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고,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규정을 엄격하게 지켰습니다(출 20:8∼10). 그런데 주님은 안식일에 맹인을 치료하시고, 병을 고치셨습니다(마 12:9∼13; 막 1:21∼31; 3:4; 눅 13:10∼17; 14:1∼6; 요 5:1∼18). 예수님께서는 안식에도 병을 고치심으로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의 참뜻을 인식시키고자 하셨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의 참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예수님께서 안식일 규례를 어기고 일을 한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박해하고 죽이려 했습니다.
 사람을 위해 종교의식과 형식도 있는 것이지 종교의식이나 형식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막 3:4)고 반문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안식일 계명의 본뜻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었으나 유대교의 문자적인 안식일 해석과는 상충되었기 때문에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박해를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강해’(서울말씀사)에서 요약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