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응아뾰디 즉 바나나를 까서 먹고 있는 깜보에게 쪼야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배가 많이 고팠지?”
 “아저씨는요?”
 “난 아직 괜찮아. 그런데… 네 손에 쥐고 있는 그건 뭐지?”
 쪼야웅은 깜보를 강에서 구조할 때부터, 그리고 병원을 나와서도 줄곧 손에 쥐고 있는 킷캣의 초코바를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깜보의 손 안에 들어 있던 초코바는 이미 포장지 속에서 곤죽이 되어 있었다.
 “아, 이건…”
 “배가 많이 고팠을텐데 그건 왜 먹지 않았지?”
 “이건 동생의 마지막 선물이거든요.”
 “선물이라니?”
 “방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빠가 소라에게 사 주신 건데, 소라는 이걸 저에게 주었어요. 그러니 제게는 소중한 추억이 된 거죠.”
 “그렇구나.”
 깜보가 초코바의 빨간 포장지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킷캣이 무슨 뜻일까요?”
 “글쎄다… Kit는 새끼 고양이고, Kat는 어미 고양이니까 아페, 아메와 자녀의 사랑하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 아닐까?”
 갑자기 깜보의 두 눈이 축축해지고 있었다. 미얀마 말로 아페는 아빠, 아메는 엄마여서 미얀마어가 셈 계의 언어임을 보여 주는 말이었다. 깜보는 자신을 낳은 부모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길러준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쪼야웅이 좀 당황하며 얼른 말을 바꾸었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아버지들의 아버지… 하나님과 연결되는 거야.”
 “그렇군요.” 
 쪼야웅이 한번 더 화제를 돌렸다.
 “허기가 좀 가셨으면 응아뾰디는 그만 먹고 뱃속에 빈 자리를 남겨 두어라. 내가 도시락을 주문해 놓았거든.”
 “도시락이라구요?”
 헤드라이트 불빛 속 어디에도 가게나 식당을 볼 수가 없어서 의아했던 것이다. 그러나 쪼야웅은 도시락 이야기를 접어 둔채 또 화제를 바꾸었다.
 “네가 보기에… EW 317기에 탑승한 승객 중에 수상한 사람은 없었어?”
 “아이들이 꽤 많았구요, 그리고…”
 항공국 조사관들에게 말하지 않고 아껴 두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방콕 돈므앙 공항의 7번 게이트에서 동월항공으로 갈아타기 전에 엄마가 신경을 쓰고 있던 두 사내가 있었어요.”
 “어떤 사내들이었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그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다른 특징은?”
 “둘 다 노란 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쪼야웅은 한 마디도 놓지지 않겠다는듯 더 캐물었다.
 “그런데?”
 “아… 티셔츠 소매 끝에 작고 까만 글자가 찍혀 있었어요.”
 “무슨 글자가?”
 “알파벳으로 ACP…”
 쪼야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