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신입사원 시절에는 회사일과 개인적인 일을 구분하여 일정표를 만들어서 항상 지니고 다녔다. 당초 작정한대로 실천하고 싶었기에 계획표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워낙 많이 바뀌다보니 항상 고치기 일쑤였다. 그러다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면서 기도를 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포스트 잇’ 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포스트 잇을 색상별로 비치하여 주루룩 붙였다. 노란 색은 일상으로 처리해야 되는 일이고, 파란색은 주간 단위로 처리해야 되는 일이고, 분홍색은 긴급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고, 그리고 빨간 색은 하나님 편에서 영성 활동을 해야 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잘게 쪼갠 실천 중심의 계획들은 달성이 되고나면 바로 제거하여 한 달 정도 보관 한 후에 모두 내다 버린다. 이처럼 쪼갠 계획으로 관리를 하다보니까 막연하게 세운 계획들이 하나 둘씩 거의 실수 없이 달성이 됐다.

 이러한 일상을 본 후배들과 우리 집 아이들도 이제는 ‘포스트 잇’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매일 매일 계획을 행동단위로 쪼개서 관리한다.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그리고 다이어리 등을 이용해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자신에게 가장 맞는 스타일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보이게 관리하고, 철저하게 실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벅찬 감격의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에서 실시하는 보이는 계획 관리(Visual Planing)다. 

 한번은 대기업에 다니는 크리스천 자매가 회사 생활 3년차 베테랑 주임인데 강연을 듣고 너무 감명을 받았다며 연구소로 찾아 왔다. 그리고서는 몇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기도도 열심히 하고 전도도 많이 하고 십일조 생활도 잘하는데 항상 덤벙대고 일을 잘 저질러서 뒷수습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항상 이 문제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다보니 회사 생활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눈치도 보였던 것이다. 이 자매 같은 경우는 하루 업무 계획도 철저하게 노트에 기록하는데, 문제는 꼭 필요할 때 기억이 안 나서 일이 엉망이 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집중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저녁에는 새벽기도 다녀와서 성경 2장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침이 되면 새벽기도 다녀와서는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출근한 후에야 기억이 떠올라서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바쁜 일상을 지나다 보면 그때그때 상황에 지배 받게 되어서 당초 계획한 일의 우선순위보다는 현재의 시점 우선순위에 주목하게 되어 본질이 왜곡 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자매에게 매일 아침 기도할 때마다 다이어리를 보며 이렇게 기도하라고 일러 주었다. “주님, 오늘은 무슨무슨 일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이런 것들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주님께서 주인이 되어 주시고 인도자가 되어 주세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쪼개진 실천 계획을 붙들고 그 과정에 주님이 개입하셔서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을 반복하여 기도할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기도 후에 그 일이 완료되고 나면 반드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도 권유했다. 그리고 내가 매일 자연스럽게 하듯이 포스트 잇이 되었건 메모지가 되었건 눈에 보이는 곳에 해야 할 일을 적어 두라고도 일러 주었다. 그렇게 몇 주를 실천한 자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정말 몰라보게 상황이 좋아졌다며 감사하단 말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우리 주님은 작정한대로 걸어가시기 위해 계획을 만든 후에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아마도 요한복음 11장에 나오는 나사로의 죽음을 앞둔 주님의 행동이 적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요 11:5∼6).

 그렇다. 주님께서는 나사로가 병들어 죽어간다는 급한 전갈을 받으시고도 계속해서 계획대로 마을에 이틀을 더 머무셨다. 그리고 유대로 가셨다가 마리아의 집에 들렀을 때는 이미 나사로가 죽어 몸에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주님은 그토록 사랑하는 나사로를 살리러 곧바로 가시지 않고 당초 작정했던 일을 계속 하시면서 이틀을 더 머무셨을까? 게다가 유대로 가셨다가 작정한 일을 다 마치신 후에야 마리아의 집에 순차적으로 들르셨을까? 또 우리 같았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어쩌면 만사를 제쳐두고 마리아의 집으로 곧장 달려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님은 당초 계획하신 일을 그대로 마치신 후에 나사로를 살려 내셨다. 계획하신 일의 실천에 집중하셨던 주님의 모습에서 우리가 당초 기도하면서 수립한 행동 단위의 실행미션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주님의 치밀하시고 담담하신 본질에의 충실하심을 본받아 어려운 시련이 오더라도 묵묵히 계획한 길을 걸어가야겠다.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