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은혜의 수저’로 축복의 지도 그릴 수 있어

 공동체에 부각된 현상에는 시대의 정서, 명암이 담겨있다. 최근 ‘헬조선’이 사회적으로 부각되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헬(Hell)조선은 신분차이, 계급갈등으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싫다는 정서를 반영하는 말로 과거 신분차이가 극심하던 조선시대를 빗대어 하는 신조어다. 특히 경제적 불균형에 따른 차별로 대한민국이 싫어져 아예 이민을 가야겠다는 자조의 산물이다. 누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신분상승의 영화를 누리지만 누구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노력을 해봐야 소용없고 평생 저주의 웅덩이에서 헤매인다는 자학적인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얼마 전 ‘금수저 3만명의 4조 증여, 흙수저 222만의 6조 대출’이란 통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수저 게이트(출생)’가 진행되면서 다이아수저, 비브라늄수저, 우라늄수저, 반물질수저까지 등장했다. 한 때 결혼, 취업, 출산, 입대를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시대, 7포 시대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다. 수저론이 확산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구조적인 부조리 때문에 계층상승은 불가능하다”는 젊은이들의 여론이 81%나 된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는가하면 비참한 인생말로를 그린 ‘지옥불반도’라는 그림까지 등장,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급기야 코리아 엑스포제라는 매체는 ‘한국이여 그대 이름은 헬조선’이란 특집기사를 다뤘다. 이 매체는 “지옥불반도라는 그림은 한국에서 태어나는 것은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며 태어나자마자 엄격히 규제된 체제의 노예가 되어 과중한 교육과 폭력적인 군대의 병역의무를 다하고 최종 목표는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의 하수인이 되는 젊은이들의 인생항로를 그리고 있다”면서 “헬조선 이야기는 한국 젊은이들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자포자기와 절망을 드러낸 것으로 다름 아닌 한국의 상황이 노력을 통해 만회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대한망국’이라고 부른다며 끝을 맺었다.

 영원한 세계, 천국과 지옥이 있듯, 이 세상에도 천국과 지옥이 있다. 헬조선 뿐 아니라 헬아메리카도 있다. 최근 헬조선에 염증을 느껴 호주로 이민을 갔더니 거기가 헬호주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세상과 체제는 그렇다. 성장의 이면, 그림자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구조의 부조리가 얼마나 뿌리 내렸는가? 얼마나 공동체를 지배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헬조선 현상을 야기한 구조악이 치유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이 사회에 만성되어 있다면, 고질화되어 있다면, 고착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붕괴와 몰락의 징조요, 위기다. 헬조선 현상은 우리에게 자성과 변화의 메시지를 던진다.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알고 개선되어야 한다. 시대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달라져야 한다. 소위 ‘갑질 행태’같은 금수저의 테러 풍조는 바뀌어야 한다.

 한편 천국과 지옥도 마음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부정에 사로잡혀 있다면 모든 것이 지옥으로 보일 것이다. 천국도 우리 마음에 있다. 예수님께서는 천국에 관한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당시 유대 공동체 지도자인 바리새인들은 신분차별의 독선, 진리 독점의 우월성에 빠져 소위 금수저를 물고 있는 존재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천국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마음은 생명의 근원이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우리는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이 그랬듯, ‘광야판 불지도’가 아닌 ‘축복판 비전 지도’를 들고 약속의 땅으로 가야 한다.

 마음을 바꾸면 천국이 보인다.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주신 수저가 있다. 그것은 ‘은혜의 수저’다. 은혜 안에서 수저 차별은 없다. 누구든지 은혜의 수저를 선물로 받고 영원한 천국을 소유할 수 있으며 이 땅에서 마음의 변화를 통해 천국을 향유할 수 있다.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 어떤 믿음을 가졌느냐가 중요한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질그릇에 담긴 보배로 표현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율법주의자 시각을 가졌던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가리켜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고 빈정거렸다. 그러나 갈릴리의 작은 마을, 어쩌면 흙수저 물고 사는 동네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메시아가 나셨고, 그 섭리를 통해 오늘날에도 주님께서는 천하고 멸시받고 없는 사람들을 택하사 지옥이 변해 천국이 되는 위대한 역사를 베풀고 계신다.
 작은 생각의 변화가 큰 기적을 일으킨다. 지옥인 헬(Hell)만 하더라도 그 사이에 점을 찍으면 의미는 확 달라진다. He’ll은 He will(그 분이,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다)의 준말이다. 그런가하면 Hell에 O를 갖다 붙이면 헬로(Hello)라는 명쾌한 인사말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글자 하나 바꾸면 고정적인 명사 지옥에서 현재진행형인 동사 힐(Heal), 치료하다가 된다. 헬 생각을 힐 생각으로 바꾸자. 지옥같은 세상, 마음을 바꾸며 살자. 헬(지옥) 마인드를 헤븐(천국) 마인드로 바꾸자.

<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