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하는 과일은 유난히 달다고 합니다. 주요 생산지의 사과 당도는 평균 14.8브릭스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배의 경우엔 평균 13.4브릭스로 조사됐습니다. 2000년 이후 당도가 가장 높습니다. 지난여름 햇빛이 충분했고 수확기 일교차까지 컸던 덕분입니다. 실제로 6월부터 8월까지 일조량은 580시간으로 예년보다 15%나 많았습니다.
햇빛이 풍부하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풍부해도 문제입니다. 비가 지나치게 적게 내린 탓에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부지방과 남부 내륙지방의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을 조금 웃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식수원의 수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말라가고 있습니다. 대청댐의 저수율은 37%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보령댐의 저수율은 22%에 그쳐, 수위가 가뭄 대응 심각 단계까지 떨어졌습니다.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3월까지밖에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비가 여름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을비, 그리고 겨울눈이 녹은 물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름 빗물로 이듬해 봄까지 버텨야 합니다. 문제는 연 이태 여름에 비가 턱없이 적게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비를 쏟아부어야할 장마와 태풍도 올해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누적 강수량은 1년 전체의 15%인 200㎜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데 약 30%만 댐으로 흘러듭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내년 봄 사상 최악의 가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이 넉넉한 국가가 아닙니다. 강수량을 놓고 보면 이미 물 부족 국가입니다. 대형 하천을 끼고 있거나 광역상수도 혜택을 보는 대도시 주민들은 이 사실을 쉽게 잊고 삽니다. 강수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면, 제한된 물을 아껴 쓰고 나눠 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수자원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역의 물을 부족한 지역과 공유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광역상수도망을 취약 지역까지 촘촘히 구성하려면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4대강 개발 사업’처럼 대형 하천의 수량만 늘리는 깜짝 공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정교한 계획과 긴 안목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지역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자원 대책은 수십 년, 수백 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