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의 마지막 성한 곳이 왜 ‘입’이었을까?

 막말시대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지지율을 하락시킨다. 연예인들의 욕설과 막말이 여과 없이 텔레비전에 방영되어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다. 청순해 보이는 여고생의 입에서 거침없는 욕이 튀어나온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입에서도 욕설이 난무한다. 교육현장에 있는 분들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언어순화에 큰 문제가 있음을 걱정한다. 아이들까지 욕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이 사회가 “불 태워버리고 싶었다”는 청소년들의 저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대한민국의 언어 허브 지대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얼마 전 상주에서 ‘사이다 독극물사건’이 발생,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저주와 파멸의 언어가 더 무서운 맹독성을 가지고 사람들의 심성과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세계의 허브 지역, 저 아마존 일대나 아프리카 청정지역 일대가 매년 서울 면적의 몇 십 배 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자연의 훼손보다 심각한 것이 언어의 치명적 오염이다. ‘언어오염의 임계점’이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언어는 경제와 환경을 초월한다. 생사의 관건이다. 성경은 지적한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잠 18:21)

 통계청이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발표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면 말 그대로 ‘위대한 여정’이다.(표 참조) 1960년 외환보유액은 1억 5700만 달러였으나 2014년엔 2300배로 성장한 3636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은 1953년 477억원에서 2014년엔 3만배 이상 늘어난 1485조원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953년 67달러에서 작년에 420배가 증가한 2만8180달러였다. 그러나 번영의 이면엔 길고 짙은 그림자도 있다. 행복지수는 점점 세계 평균과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세상이 왜 이렇게 무섭게 되었을까?”라고 탄식한다. 필자는 주장한다. ‘말’ 때문이라고. 가뜩이나 동식물의 소리를 다 ‘상징적 울음’이라고 표현하는 민족이 요즘 더욱 부정적인 언어를 상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몇 가지 특성을 지닌다. 주술성, 파동성, 상징성, 회화성, 관계성, 생명성, 견고성 등이 그것이다. 생활과 문화의 중심에 언어가 있다. ‘살의적 감정의 언어’가 난무하는 때 ‘말이 씨가 된다’고 크리스천은 생명의 언어를 지켜야 한다. 소금과 빛의 사명 중에는 언어의 사명도 있다. 언어의 안전지대를 거룩하게 사수하자. 창조질서의 보전 중에는 언어의 보전도 있다. 베드로 사도는 흩어져 핍박을 견디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시편을 인용, 이렇게 편지한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거짖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여 그것을 따르라”(벧전 3:10∼11)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인터넷 댓글의 ‘악플러’ 대안으로 ‘선플러’가 있다. 평소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축복의 말, 생명의 말을 하자. 위로의 말, 치유의 말을 하자. 용서의 말, 긍휼의 말을 하자. 비판을 하더라도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자,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7). 자각과 자정은 그리스도인의 지표다. 달맞이꽃이 환경지표 꽃인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언어지대를 지키는 달맞이꽃이 되어야 한다.

 욥은 몸 전체에 악창을 앓았다. 욥기 2장 7절은 ‘그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사탄에 의해 악창이 있었다고 기록한다. 악창으로 번역된 히브리 원어는 ‘쉐힌’으로 나병의 일환인 상피병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성한 곳이 있었다. 입이었다. 욥은 19장 20절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 피부와 살이 뼈에 붙었고 남은 것은 겨우 잇몸 뿐이로구나” 사탄이 왜 입만 남겨 놨을까. 사탄은 그 입으로 하나님을 저주하고 욕하기를 원했다. 언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사탄은 욥을 통해 ‘거역의 증명’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욥 2:9)고 아내까지 부추겼으나 욥은 ‘입술의 순전함’을 지켰다.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아니하니라”(욥 2:10)

 공중권세 잡은 세력이 노리는 것은 언어다. 말은 종말문화의 지표다. 말이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 ‘7포 시대’에 이어 ‘수포시대’라고 한다. 수학포기시대다. 심지어 ‘수학태교’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임신한 엄마가 아이의 수학능력 향상을 위해 태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인생과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말이 지배한다. 교육현장에서 ‘언어순화과목’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욥의 영성, 욥의 언어가 있어야 그리스도인이 살고 은혜가 회복된다.

<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