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작은 자가 예수님 - 김광덕 목사(강동성전 담임) |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다. 70년대 후반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유신 철폐를 외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대학에서 무기정학을 당하고 군대에 끌려갔다가 바로 체포되어 1년간의 옥살이를 한 이였다. 그런 그를 어머니가 전도하여 우리 교회의 성도가 되었고 다행히 정권이 바뀐 후 복권이 되고 학교도 졸업을 할 수 있어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유달리 사회 정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지인은 때로는 교회에 대하여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고, 목사가 된 나에게 교회에 대한 반감, 심지어 기독교에 대한 반감까지도 보였다. 그러나 하나님이 택하여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였기에 믿음을 버릴 수는 없었고, 자신이 사는 집 근처 교회를 다니며 겨우 주일 성수만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미지근한 신앙생활을 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부족함이 없던 지인에게 거센 시련의 파도가 밀려 왔다. 인생의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사업을 확장했지만 예기치 못한 암초들을 만나게 되고, 급기야 재산도, 명예도, 미래도 다 잃어버릴 위기를 만난 것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실패의 덫에 빠진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모 교회를 떠올렸고, 젊은 날 기도원에서 절망 중에 부르짖어 기도하다 만난 하나님을 기억했다. 당시 본교회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고, 많은 걱정 보따리를 안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에 부부가 함께 나와 눈물로 간구했다. 그렇게 온 몸으로 주님께 엎드린 부부의 기도를 들으시고 2년간의 인고의 세월 끝에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이들의 도움과 조금씩 열어 주시는 응답의 문들을 통해 하나 둘 잃었던 것들을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지인이 가장 감사했던 것은 바로 고난을 통해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이었다. 모든 것을 갖추고 당당했던 시절에는 잊고 지냈던 주님을 지극히 작은 자가 되었을 때 위로와 응답의 손길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욥과 같은 고백을 했다. “내가 주에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 42:5)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교회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눈에 우리 교회가 이미 오랜 전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교회가 최선을 다하여 소외받고 고난당하는 이웃을 사랑으로 돕는 것을 보며 그의 냉랭했던 교회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게 변하게 됐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인터넷에서 이영훈 담임목사님이 안산에서 말씀을 전하며 세월호 유족들에게 주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어요. 지난 토요일에는 여러 목사님들과 함께 광화문까지 직접 가셔서 함께 아파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좋았는지요. 나는 이제 우리 교회가 자랑스러워요. 우리 교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처럼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님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신 것처럼 사랑으로 섬겼으면 좋겠어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우리 주님이, 우리 교회가 고마운지. 예수님은 이처럼 말씀하셨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우리 모두 이렇게 살기를, 사랑하기를, 섬기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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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06. am 10:17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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