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참사관은 너를 바고에서 만났다고 하더구나.”
 바고는 몬 족 출신의 마가두 왕이 한따와디 왕국을 세운 곳이었다. 언청이 깜보는 바고의 깐보자따디 궁전 앞에서 구걸을 하다가 그곳을 둘러보던 백 참사관의 눈에 띄었다. 백 참사관은 이름도 없던 그 아이를 깐보자따디 왕궁 앞에서 만났다 하여 깜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몇 달간 깜보를 돌보다가 언청이 수술을 위해 한국의 이정선 목사에게로 보냈던 것이다.
 “사람들이 흩어질 때…”
 깜보는 다시 민족 이동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갔다.
 “같은 계열끼리는 같은 방향으로 갔겠지요?”
 “셈의 계열은 대부분 동쪽으로 이동했지만, 벨렉의 자손들은 그대로 유프라테스 강변을 떠돌고 있었지. 그리고 함의 계열은 남쪽으로, 야벳의 계열은 서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되어 있어.”
 그 후 가나안 지역으로 들어갔던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가뭄 때문에 남쪽의 애굽으로 내려갔다가 4백년간 종살이를 한 끝에 모세와 함께 애굽을 탈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다시 복귀했던 것이다.
 “그럼 버마 족은 셈 계열일까요?”
 “셈 계열의 일부는 북쪽의 시베리아를 거쳐 동쪽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남쪽의 해안길을 따라 인도로 들어갔는데, 북쪽으로 가다가 이탈하여 남쪽으로 내려온 자들과 인도 남부에서 넘어온 자들이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 같아.”
 “그럴만한 근거가 있나요?”
 쪼야웅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종족 사이에 얽혀 있는 관계의 끄나풀을 찾아내려면 그 실마리는 언어뿐인데, 지금 인도 남부에 살고 있는 드라비다 종족의 언어와 버마 족의 언어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거든.”
 “언어의 구조라니, 문장 말씀인가요?”
 “그렇단다. 서양 언어는 주어 다음에 동사가 나오는데 버마어를 보면 주어 다음에 목적어가 나오고 그 뒤에 동사가 오는 거야. 그런 언어를 교착어라고 하지. 그런데 드라비다 족의 언어도 그렇고…”
 깜보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버마 어도 교착어에요!”
 “뿐만 아니라, 북쪽에서 내려온 까친족, 샨족 등의 언어도 마찬가지이고, 동북아의 몽골어나 한국어도 역시 목적어가 먼저 나오는 교착어라구.”  
 “그래요, 그래서 저도 한국어를 배울 때 어쩐지 좀 쉽다고 느꼈어요.”
 쪼야웅의 생각도 같았다.
 “한국 사람들도 역시 미얀마어를 배우기가 쉽다고들 한단다. 그래서 버마 족은 수메르에서 인도를 거쳐 이곳으로 이동해 왔다고 볼 수 있어.”
 “왜 인도에서 이리로 왔을까요?”
 “드라비다 족은 인도에 들어가 인더스 문명을 일으켰지. 그러나 BC 1500년 경 야벳 계열의 아리안 족이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드라비다 족을 압박하기 시작했어.”
 깜보의 눈이 또 반짝거렸다. 
 “그 아리안 족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만들었다지요?”
 모든 백성을 승려, 귀족, 평민, 천민의 4계급으로 나누어 죽어서 환생할 때까지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 카스트 제도였다.
 “드라비다 족이 영원히 재기할 수 없도록 천민 계급으로 만들어버렸지. 그 이후로 드라비다 족은 인도 남부로 밀려갔고, 일부는 동쪽의 미얀마로 옮겨온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