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복음의 본질, 하나님이 항상 함께하심을 기억해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기독교 복음의 영성은 역설적이게도 약할 때 강하고 어리석을 때 지혜롭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강하고 너무 지혜롭다는 것은 기독교 복음의 특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너무 강하고 지혜로워서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인 존 스토트 박사는 크리스천들이 바울처럼 자기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지도자가 되기를 강조한다. 오늘날 수많은 교회가 나는 부자라고 자랑했던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독교 복음과 영성의 특성은 약함이다.

 나는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8㎞나 더 들어가야 하는 24가구가 모여 사는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아 소위 ‘호야’ 불로 어두움을 밝혀 공부하고 예배를 드렸다. 당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 시내에 나가서 대낮처럼 밝은 전기 불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가 죽었다. 그러니 도시아이들에 비해서 뭐하나 자랑할 것이 없다 보니 언제나 ‘약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성경을 읽으면서 서서히 깨우친 것이 있는데, 우리 연약함을 인하여 오히려 우리가 주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또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나는 이 말씀을 항상 기억하면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그리고 소위 ‘내려놓음’이라는 약함을 스스로 고백할 때 바로 그때부터는 주님께서 일하심을 알 수 있었다. 다윗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고 주의 이름으로 나아갔을 때 거장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었고, 여리고성 공략전에 이스라엘 남자들에게 할례를 베풀게 하여 힘없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을 때 주님은 이김을 주셨다. 또한 한나가 아들이 없어서 한숨지으며 비통하게 부르짖어 기도할 때 하나님은 시대를 움직였던 선지자 사무엘을 아들로 보내 주셨다. 약함을 고백하여 아들을 얻은 한나는 “야훼께서 나를 거름 더미 위에서 건져 귀족의 위에 앉게 하였도다”라고 야훼 하나님을 찬양함을 볼 수 있다. 나도 한나와 같이 주님이 인도하셨고 역사해 주셨음을 고백한다. 

 크리스천의 삶은 약할 때 강함을 주시고 어리석을 때 지혜를 주시는 역설적인 원리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왜 나는 이렇게 약한 것인가? 나는 매번 왜 양보만 하고 살아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 때, 약함의 본질이 크리스천의 속성임을 재인식하여 약함을 통하여 강함을 주시는 주님을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 약하다고 인정하는 자세는 세상 사람들을 관대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약함을 고백함으로써 순종할 수 있고 순종을 통해서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겸손도 배울 수 있다. 히브리서 13장 17절에는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고 말씀하고 있다. 물론 하나님을 부정하게 하는 권위까지도 순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권위에 순종하는 것인데, 그 말씀의 우선순위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바벨론의 왕인 느부갓네살은 다니엘 등 이스라엘 백성들을 잡아다가 우상을 숭배할 것을 명령하지만 다니엘은 하나님의 말씀에 명시하신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을 권위로서 시키는 경우에는 순종하지 말아야 함을 보여 준다.(단 3:16∼18) 다시 말해서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죄를 지으라고 명하면 순종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삶 속에서 이러한 충돌이 발생할 때 당연히 우선적으로 주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명령을 한 지도자들의 권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칫 적대감으로 그들의 권위를 손상 시킨다면 오히려 우리 약함을 통하여 영광 받으실 주님을 욕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가 약할 그 때에 주님께서 역사하시기 때문에 고린도후서 12장 10절의 말씀처럼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는 고백으로 넉넉히 세상을 이기는 습관을 길러 봄이 어떨까.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