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의 영광을 회복할 때
 

 얼마 전 이런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빈집털이 절도범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귀중품을 훔쳤다. 거기엔 고액의 수표도 있었다. 확인해 보니 효용가치가 없는 수표였다. 어떻게 이용할까 하다가 후광효과를 노렸다. 병원 원목실에 침입, 의사 가운을 입고 백화점 앞에서 상품권을 사고 파는 가게에 무작위로 전화, 수 천만원 이상의 상품권이 필요하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선량한 상인이 걸려 들었다.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수표를 건네니 의심없이 받고 거액의 상품권을 내줬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수표는 무용지물.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범인은 잡혔다.

 의사 가운은 범죄에 이용된 후광효과였다. 요즘 반사회적인 지능범죄인 보이스 피싱 조직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의 핵심적인 부서나 직책을 거론한다. 심지어 검찰을 사칭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코미디 프로에도 언급되었듯, “고객님 당황하셨죠?”하며 특정지역의 사투리를 썼지만 지금은 표준어와 무게감있는 어투를 쓴다. 아예 상냥하고 분명한 여자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변질된 후광효과. 외양지상주의가 양산한 산물이다. 본질을 잃어버리는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사람들은 후광효과에 치중한다. 대인관계에서도 유난히 후광효과를 과대포장해서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누구누구를 잘 안다고 하면서 특별한 관계를 내세운다. 알고 보면 별 볼일 없는 관계다. 의상이나 소지품에서 유난히 명품 브랜드를 자랑한다. 이거 어디 제품이라고. 그러다 보니 명품 구매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다. 홍윤숙 시인의 ‘장식론’이란 시가 있다. 시의 서두. “여자가/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젊음을 하나씩/잃어가는 때문이다” 여자의 섬세한 심리에 국한될까. 지금 사회가 상실대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의 명문대학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에 ‘동시 장학생으로 합격한 여고생의 스토리’가 큰 화제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천재 소녀의 등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 여름 밤의 꿈’이었다. 후광효과에 집착, 너무 갈망한 나머지 비현실을 현실로 착각하는 현상에 빠진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후광효과로 본질을 변형시키고 싶어 한다. 현대사회가 그것을 권하고 있다. 허술한 본질을 감추고 싶거나, 대치할 것을 찾아 변형시키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후광효과의 늪이다. 현대인은 ‘터진 웅덩이’처럼 자꾸 비어가고 있다. 선지자는 경고한다.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이 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렘 2:3).

 예수님께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 대해 말씀하셨다. 소출이 풍성한 한 부자의 관심은 ‘쌓아 둘 곳’에 있었다. 누가복음 12장에는 이 부자의 현세적 욕심, 과시에 대해 쌓아 둔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나온다. “곡식 쌓아 둘 것이 없으니 어찌할까”(눅 12:17),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눅 12:18),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 하자”(눅 12:19)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정리하신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21)

 크리스천은 후광효과 시대에 어떻게 살까. 후광효과가 다 부정적인 것일까? 아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후광효과, 가장 존귀한 후광효과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천국의 영광이며 은혜의 증거, 복음의 능력, 생명의 진리다.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전 4:6∼7)

 우리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계량으로나 환산할 수 없는 절대가치, 은혜의 선물이 있다. 후패해져 가는 겉사람을 볼 것이 아니라 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의 영광을 바라보며 이 후광으로 당당하게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자. 우리는 빛의 자녀다. 엘리사의 사환은 인간의 눈으로 성읍을 에워싼 아람 군대의 후광을 보고 절망했지만, 영안이 열려 다시 보니 산에 가득 두른 불말과 불병거를 보게 되었다.(왕하 6:17) 겉사람의 후광으로 살 것이 아니라 속사람의 후광으로 영광스럽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이 보다 더 영광스러운 후광이 어디 있을까.

<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