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는 미얀마 사람처럼 입어야 눈에 덜 띄거든.”
“그렇겠네요.”
깜보가 옷을 갈아입자 쪼야웅은 다시 과일 가게에서 응야뾰디, 즉 바나나 한 다발을 산 다음 그대로 딴퓨자옉을 벗어나 다시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 따라오는 차가 있는 것 같아요.” 깜보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곧 따라오던 밴에서 총탄이 날아왔다.
“안전 벨트를 조여라.”
차체와 아스팔트에 총탄이 튀고 있었다. 쪼야웅은 급커브에서 갑자기 핸들을 낭떠러지 쪽으로 틀다가 다시 반대로 꺾었다. 뒤의 밴이 긴 마찰음을 내더니 곧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쪼야응은 전조등을 켜며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여기가 몬 주라구요?”
“잘 기억해 두어라, 몬 주가 너와 관계가 있을 것 같거든.”
“저하고요?”
“그건 나중에 차차 이야기 하자꾸나. 참, 신경환 선교사는 역사학과 출신인데 네게 미얀마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주었느냐?”
깜보가 고개를 저었다.
“콰이 강의 다리 이야기와 아웅산 묘소의 테러 사건…그냥 그 정도였어요.”
쪼야웅은 대시보드에 뜬 시간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살려면 복잡한 인종 구조를 정리해 두는 게 필요할 꺼야.”
그의 말에서 깜보는 자신이 당분간 한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그것은 쪼야웅 혼자 정한 게 아니고, 백승기 참사관이나 이정선 목사 등과도 어느 정도 의논이 되어 있을 것 같아서 깜보는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 묻지 않기로 했다. 그들 뒤에 더 이상 추격자는 보이지 않았다.
“저도 알고 싶어요, 제가 본래 미얀마 사람이거든요.”
“그렇구나. 몰레먀인까지 가는 동안 미얀마의 옛날 이야기나 나눠 볼까?”
몰레먀인은 몬 주의 주도였다.
“네, 들려 주세요.”
“어느 나라건 자기네 역사에 대해서 말할 때 거의 비슷한 점이 있는데 그 역사의 시작이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거야.”
깜보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렇군요. 한국의 역사는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웠다는 BC 2333년부터 시작되지요. 성경대로 계산하면 이스라엘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도착한 것은 BC 2091년이구요.”
“너, 아주 공부를 잘 했구나.”
쪼야웅의 칭찬에 깜보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그가 다시 말했다.
“성경에는 그 4000년을 뒷받침 해 주는 근거가 또 하나 있지.”
“네?”
“대홍수를 건너 온 노아에게는 셈과 함과 야벳,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러자 깜보의 눈이 또 반짝거렸다.
“아, 그렇군요!”
“뭐가?”
“셈은 아르박삿을 낳고, 아브박삿은 셀라를 낳고 셀라는 에벨을 낳았는데”
깜보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에벨은 두 아들을 낳고 그 하나의 이름을 벨렉이라 하였으니 그 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요, 벨렉의 아우 이름은 욕단이며…”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