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길을 하나님께 맡겨라.”
쪼야웅이 시편 37편에 나오는 다윗의 시를 인용해 말했다. 깜보가 고개를 끄떡이며 시편 64편에 나오는 다윗의 시로 화답했다.
“주는 악을 꾀하는 자들의 음모에서 나를 숨겨 주시고, 악을 행하는 자들의 소동에서 나를 감추어 주소서.”
깜보는 더 이상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으로 보아 그가 어디로 가느냐는 것 자체가 비밀이 되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산길을 따라 달리던 지프가 평지로 나서며 왼쪽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쪼야웅은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따닌따리 구를 벗어나 몬 주로 들어간다.”
쪼야웅은 라디오의 튜너를 돌렸다.
“실종된 동월항공 317기의 유일한 생존자인 한국 소년 신감보 군이 오늘 오전 병원에서 실종되었습니다…”
뉴스를 좀 더 듣던 쪼야웅이 라디오를 끄자 깜보가 물었다.
“몬 주라구요?”
“미얀마는 7개의 정부관할 구(區)와 7개의 종족자치 주(州)가 있다. 정부관할 구의 주민은 주로 미얀마 인구의 68퍼센트를 차지하는 버마족이고, 미얀마의 135개 소수종족 중에서 대표적인 7종족이 주거하는 지역을 종족자치 주라고 하지.”
“웬 종족이 그렇게 많아요?”
미얀마의 국토 면적은 약 68만 평방 킬로미터로 한반도의 3배 가량이 되지만 인구는 5500만 명 정도여서 한국의 남쪽 인구와 거의 같은 규모였다. 그런 미얀마에 종족이 135개나 있다니 놀랄만도 했던 것이다.
“복잡한 나라거든.”
“생각하는 방식도 그만큼 복잡하겠군요?”
쪼야웅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수확의 시대에, 지금까지 세상 밖에 남겨 두셨던 복잡한 미얀마를 주목하고 계시는 지도 모르지.”
계속해서 바다를 끼고 달리던 지프가 작은 도시로 들어섰다. 도로변에 오래된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요?”
“딴퓨자옉.”
“아, 죽음의 철도가 끝나는 미얀마 쪽의 종착역이로군요?”
“잘 알고 있구나.”
“콰이 강의 다리 이야기를 아빠에게 들었어요.”
“저 시계탑에서 서쪽으로 가면 연합군 포로들의 기념묘지가 있지.”
그러나 쪼야웅은 곧장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뭘 사시게요?”
“우선 네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그러고보니 깜보는 아직도 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복잡한 시장 길로 차를 몰고 들어가던 쪼야웅은 옷가게 앞에 차를 세우더니, 깜보를 그대로 둔채 자신만 내리며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밍갈라바(안녕하세요).”
쪼야웅은 가게에서 주섬 주섬 옷을 고르더니 주인에게 값을 치렀다. 서둘러 운전석에 올라탄 그는 사온 것들을 깜보에게 건네주었다. 쪼야웅 자신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치마 모양의 전통의상 론지와 위에 입을 갈색의 티셔츠 그리고 발가락에 걸치는 슬리퍼 파낫까지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