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깜보도 그 사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쪼야웅의 지프가 산골짜기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그가 다시 말했다.
 “네가 보기에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일 것 같으냐?”
 깜보 자신이 당국의 조사관들에게 조사를 받았고, TV의 뉴스나 신문 기사도 보았기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개의 소식을 그도 알고 있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기체의 잔해로 발견된 것은 너와 함께 떨어진 꼬리 날개 뿐이니 사고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더 나오고 블랙박스가 회수되어야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 지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공 당국과 ICAO의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꺼야.”
 ICAO는 국제 민간항공기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겠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상악화가 추락의 원인이 아니라는 거야.”
 “제 느낌도 그래요.”
 “기체 결함도 아닌 것 같아.”
 항공사측의 발표에 따르면 실종된 여객기는 출항 바로 전날에 국제 기준에 따른 안전 점검을 마친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종사 과실과 테러…둘 중의 하나겠군요.”
 사고의 원인을 테러로 볼 경우, 수사는 더 복잡하게 되어 있었다. 테러라면 정치적, 종교적 갈등을 원인으로 하는 것과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협박 또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원한에서 오는 것 등이 있는데 그 모든 원인들 중 유력한 것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테러에 의한 것이면…네가 위험해지는 거야.”
 쪼야웅의 말에 깜보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너는 EW 317에서 추락 직전의 상황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거든.”
 “아…”
 “이 사건을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계획한 거라면, 그들에게는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몹시 불편할 꺼야. 너의 존재를 없애버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깜보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겠군요.”
 “하지만 병원은 사람을 보호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야.”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직원과 청소부도 있고, 환자와 보호자와 외래 방문객 등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병원이어서, 그들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하고 경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저를?”
 “맞았어. 이제부터 너는 누군가가 항상 너를 뒤에서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하는 것이 필요해.”
 “알겠어요.”
 병원에서는 지금 쯤 깜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소동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지방의 작은 병원에서 환자가 없어진 것이 큰 사건은 아닐지도 모르나, 아직도 그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 취재진에게도 충격이 될 수 있었다.
 “제가 과연 완벽하게 숨을 수 있을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