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직장생활 5년차인 임 대리라는 분이 내게 상담을 하기 위해 연구실로 찾아왔다.
 “교수님, 직장을 그만 둘까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요?”
 “네, 교수님.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전산프로그래밍 업무를 하고 있는데, 제 상사가 한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2년만 다른 사업장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성과를 내면 본사로 다시 발령을 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말을 믿고 일선 고객사에 파견되어 주어진 업무를 밤을 새워가면서 열심히 했는데, 3년이 지나가는 데도 본사로 불러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하는 말이 ‘고객사에서 임 대리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저를 설득하려고만 합니다. 일년 일년 시간만 가고 제 스스로에게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고민을 하다가 아내의 권유로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좋은 말씀 좀 부탁합니다”
 “직장 상사에게 솔직하게 현재의 입장을 설명하고 조직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본사로 돌아와야겠다고 말씀을 드리지 그러셨어요?”라면서 차근차근 상담을 진행했다. 임 대리는 직장 상사와 수차례 만나 부서를 옮겨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상사는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정작 거래선 고객의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고객사에서 꼭 필요하다는 임 대리를 마구잡이로 본사로 데려올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임 대리 덕분에 고객사의 업무효율이 증가하자 고객사는 그 분야의 해박한 최고 전문가인 임 대리를 본사로 돌려보내고 싶지가 않았고, 본사 담당 임원과 부서장들에게 이야기하여 임 대리의 계속 근무를 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임 대리는 본사에 가서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매일 야근에 주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필자는 접근 방법을 바꿔 먼저 하나님께 기도 제목으로 놓고 간절히 기도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회사 일이 잘 돌아가게 평소엔 최선을 다해 일을 하지만, 주일이 되면 무조건 성수주일 할 것을 당부했다.
 그런 후에는 고객사에서 밤새워 일하는 풍토도 스스로 깨트리는 독불장군이 될 것도 주문했다.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 하라는 말은 아니다.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면 조직 공동체에도 결국에는 손해임을 알려주라는 것이다. 또한 틈만 나면 본부의 상사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여 인사 발령을 내달라고 이야기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까. 오랜만에 임 대리에게 메일이 왔다. 고민이 모두 해결되어 본사로 발령을 받았다는 것과 1년 뒤에는 러시아로 파견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매우 행복해 했다.  
 그렇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끙끙 앓기만 할 뿐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어디로 가고 싶다는 자기 입장이 아니라, 후배들도 경험을 해야 되고 내가 회사의 이런 측면에 더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하면 즉,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조직의 공유가치 입장에서 설명하면 웬만한 상사들은 요청을 들어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자기 입맛에 맞는 부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덕목이 3가지 있는데, 첫째는 자기가 하는 일을 통해서 공동체에 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을 통해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이 즐거워야 하는 일에 성과도 낼 수 있고 좀더 창의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셋째는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나 조직은 계속해서 변화되고 발전하는데 개인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으면 마침내는 도태되고 만다. 이상의 3가지가 모두 결여 되었을 때는 계속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직해야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자신도 조직도 상호간에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마 26:39)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지셔야하는 기로에서 이 땅에 보내신 야훼 하나님의 뜻이 우선 되셔서 공유가치를 따라갔듯이 우리도 개인의 뜻이 아닌 공동체의 공유가치를 우선함으로써 나도 이기고 공동체도 이기는 소통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