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그가 아직도 자신의 손 안에 있는 초코바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수화기에서 다시 이정선 목사의 음성이 들렸다.
 “깜보야, 우리가 곧 갈테니 기다려라.”
 이 목사의 음성에 다소나마 힘이 실려 있었다. 다른 탑승자의 가족들은 여객기의 잔해를 수색하는 태국과 미얀마 당국 수색자들과 함께 국경의 골짜기에서 희생자의 뼈 조각이라도 혹시 있을까 하여 헤매고 있는데, 그래도 유일한 생존자가 깜보라는 것에 위안을 얻은 것 같았다.   
 “네, 목사님.”
 깜보는 간호사에게 수화기를 돌려 주고, 일어나 병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왼 팔에 기브스를 한 것 외에 그의 몸은 이미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 그가 화장실에 가려는 것인 줄로 알고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병실을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을 때, 한 사내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누구시죠?”
 사내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쉿…걸을 수 있겠어?”
 뜻밖에도 그가 한국말로 그렇게 물었다.
 “네.”
 “내가 네게 할 말이 좀 있거든.”
 그는 깜보의 어깨를 감싼채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내 이름은 쪼야웅이고, 너를 물 속에서 건져낸 사람이야.”
 깜보가 놀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사관의 백승기 참사관을 기억하고 있느냐?”
 백승기 참사관은 미얀마에서 깜보를 보살펴 준 은인이고 그를 주포교회 이정선 목사에게로 보내 구순열 수술을 부탁했던 사람이었다.        
 “네, 그러문요.”
 “몸은 어떠냐? 팔에 기브스를 한 것 외에 다른 데는 괜찮은 거야?”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됐다.”
 로비 층까지 계단을 내려간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백 참사관의 친구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그의 부탁을 받아 너를 이 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는 거다.”
 “네?”
 로비를 가로질러 병원 문을 나서자 건너편에 세워 둔 지프가 보였다.
 “병원을 나간다면…”
 깜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는 뜻이었다. 
 “기브스를 푸는 것 쯤은 어디서나 할 수 있어.”
 그는 깜보를 차에 태운 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여 병원 구내를 빠져나가자 깜보가 다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목사님과 할머니가 오신다고 했는데…”
 “백 참사관이 목사님께도 연락을 드릴 꺼야.”
 자신을 쪼야웅이라고 한 그가 입을 열어 조금씩 설명을 시작했다. 
 “신문에 난 제목대로 너는 하늘에서 온 소년이다.”
 “그건…”
 “승무원을 포함한 169명의 탑승자 중에서 하나님이 오직 너를 구해 주신 것은 너에게 특별히 시키실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