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는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서부터 기체가 몹시 흔들렸다는 것까지 조사관들에게 자세하게 말했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그의 답변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깜보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캐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것 외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내에 수상한 사람은 없었나?”
 방콕의 돈므앙 공항 7번 게이트에서 본 수상한 두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섣불리 꺼냈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 밖에는.”
 조사관들은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캐어 물었으나 깜보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조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을 때였다.
 “깜보야, 전화를 받을 수 있겠니?”
 간호사의 말에 깜보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떡이며 그녀가 건네 주는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깜보야, 나 이정선 목사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깜보는 울먹였다.
 “목사님…”
 “지금 네 할머니와 함께 양곤에 와 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송림병원의 기획실장님과 같이 왔어. 곧 그리로 가겠지만 우선 전화를 먼저 했다. 팔에 기브스를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몸은 괜찮으냐?”
 “네, 목사님.”
 “할머니를 바꿔 줄께.”
 수화기 속에서 다시 할머니의 울음 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할머니.”
 “그래, 깜보야… 너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다.”
 “왜 저만…”
 깜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도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소라와 함께 강을 건넜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청바지 차림의 젊은이를 떠올렸고, 자신을 안아준 그의 넉넉한 품과 따스한 음성도 생각났다. 
 “네게 특별히 부탁할 일이 있는데…”
 그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실은 내가 세상에 다시 내려갈 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먼저 보냈으면 좋겠는데 네가 나보다 먼저 세상으로 갈 수 있겠니?”
 그리고 깜보 자신이 대답했던 말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 가겠어요.”
 그는 아직도 손에 쥐고 있는 킷캣의 초코바를 내려다 보았다. 방콕으로 오는 기내에서 아빠가 기내식을 주문할 때 특별히 소라에게 사 준 것이었다. 오빠와 나눠 먹으라고 했으나 식사를 끝낸 깜보가 배가 부르다고 하자 소라는 돈므앙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후에도 여전히 그것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강 건너 거기서 헤어질 때에 그것을 깜보에게 건네 주었던 것이다.
 “이건 오빠가 다 가져. 여기선 더 좋은게 많을 테니까.”
 동월항공 317기가 추락할 때 깜보는 화장실에 있었고, 초코바는 여전히 소라의 손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깜보의 손에 있었다. 강 건너의 거기서 소라가 건네 준 초코바가 지금 그의 손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깜보가 소라에게서 건네 받은 그것을 들고 다시 강을 건너왔다는 증거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