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다시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땍 바라욱래(몇 살이지)?”
 아이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대답했다.
 “새흐닛 세바(열두 살요).”
 그러나 의사는 더 이상 아이에게 물어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느새 소식을 들은 보도진이 병실로 몰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환자에게 안정이 필요하다고 제지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말을 무시하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마구 터졌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
 “이름이 뭐야?”
 “몇 살이지?”
 미얀마 말로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태국어와 영어로 질문하는 기자들도 있어서 병실 안은 시장 바닥처럼 소란스러웠다. 그들을 제지하고 있던 의사가 보다 못해 큰 소리로 아이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이 아이는 여객기의 꼬리 부분과 함께 강에 추락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깜보이며 열두 살이라는 외에는 더 이상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치료가 급하니까 이것으로 취재를 중단해 주세요.”
 그러자 이번에는 의사를 향해 질문이 계속되었다. 
 “아이는 어떻게 구조되었습니까?”
 “누가 구조했나요?”
 의사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 그것은…”
 그러나 그도 간호사에게 들은 것 밖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강에 뛰어들어 이 아이를 구해냈다고 합니다.”
 “그분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
 그러나 의사도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는 의사의 시선을 따라 취재진도 일제히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이를 구조한 사람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취재가 어려워지면 기자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뉴스를 내보내는 수 밖에 없었다.
 “동월항공 317기의 유일한 생존자 구조”
 “콰이강의 기적”
 그리고 양곤 타임즈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더 멋진 제목을 뽑았다.
 “하늘에서 온 소년”
 왼쪽 팔에 깁스를 한 깜보는 날마다 찾아오는 기자들을 만나야 했다. 또 미얀마와 태국 항공국의 조사관들이 찾아와 여객기 사고의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관들은 한국 대사관의 발표를 통해 그의 이름이 신감보이며 미얀마 태생으로 한국인에게 입양된 아이라는 것과 양부모인 신경환, 유한나 선교사와 그들의 딸 소라 양과 함께 여객기에 탑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고가 난 시간은?”
 “좌석 벨트를 착용하라는 사인이 꺼지고…”
 “순항고도에 들어섰다는 말이로군. 그리고 얼마나 지나서였지?”
 깜보는 입국 서류를 작성하는 아빠와 나누던 이야기들을 생각해내며 자신이 화장실에 갈 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화장실 앞에 줄을 선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던 시간들을 짐작해서 말했다. 
 “한 15분 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