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추락했다면…”
 여객기가 추락하면 승객이건, 승무원이건 생존자는 없게 마련이었다. 최근들어 추락 사고가 하도 급증해서 깜보도 TV를 통해 항공기 사고에 관한 뉴스를 자주 보았던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 저가 항공 쪽에 그런 사고가 많았다. 그래서 주포교회의 이정선 목사도 신경환 선교사에게 정규 항공편을 권했으나, 신 선교사가 고집하여 저가 항공 쪽을 택했던 것이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깜보는 아빠가 평소에 잘 외우던 다윗의 시를 떠올리고 있었다.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깜보는 어둠 속에서 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헤매고 있었다. 에스겔 선지자가 환상 속에서 본 골짜기처럼 그곳에는 뼈들이 가득했다. 여기 저기서 뒹굴고 있던 해골들이 삐그덕거리며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왔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그러나 그의 눈에는 지팡이도 보이지 않았고, 막대기도 볼 수 없었다. 그저 칠흑같은 어둠과 해골들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아이가 지금 눈물을 흘렸어요.”
 남자가 다시 다가와서 손끝으로 그의 눈꺼풀을 열었다.
 “의식이 돌아왔어.”
 그가 다시 깜보에게 넌 누구냐고 물었다.
 “닝 배두래?”
 그의 목구멍이 잠시 컥컥대더니 바람 소리와 함께 대답이 나왔다.
 “쩌노 깜보(저는 깜보에요).”
 깜보의 눈이 조금씩 열리자 의사가 다시 물었다.
 “배가 라덜래?”
 “꼬리야 루묘바(한국인이에요.).”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가 다시 의사에게 설명을 했다.
 “수거된 물건이 여객기의 잔해 몇 조각 외엔 거의 없고, 물론 여권도 없어서 승객들의 신분 확인이 어려운 모양이에요. 어쨌든 이 아이가 유일한 생존자이니, 사고 경위를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은 이 아이 밖에 없겠네요.”
 “이 아이는 누가 데려왔는데?”
 “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었어요.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강물에 뛰어 들었는데 물 속에서 이 아이를 발견하고 구해낸 거예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여객기의 꼬리 날개 부분이었대요.”
 의사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꼬리 날개를 타고 왔다는 거야?”
 “네…”
 “어쨌든 다행이야. 우선 엑스 레이로 왼팔을 찍어보고, 기브스를 해야겠어.”
 그러다가 의사는 깜보의 오른 손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네?”
 의사는 깜보가 오른 손에 꽉 쥐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이것은 뭐야?”
 “아, 초코바에요.”
 “뭐라구?”
 “보시다시피 킷캣 초코바인데 강에서 건져낼 때부터 들고 있었어요. 의식이 없을 때에도 저것은 쥔채 놓지를 않았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