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라고 부릅니다. 정말 국가적 재난입니다. 온 국민이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라도 한 번 잘못하면 금세 따가운 눈총을 받습니다. 감염된 사람들은 안타까운 피해자임에도 마치 가해자인양 취급됩니다. 현장에서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과 구난 담당자, 나아가 그 가족들까지 기피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병원직원의 자녀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등교를 거부당하고, “아파트 내에 메르스 환자를 이송한 소방관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는 것이 이기주의에 함몰된 우리 사회의 민낯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바이러스의 전염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신과 불안의 전염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신뢰와 배려의 공동체 정신이 없으면 그 사회는 작은 전염병에도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생각해 보면 불신을 촉발시킨 것은 정부였습니다. 메르스는 전파력이 낮다는 국제 의학계의 통설에 기초해 안이한 판단을 했고, 중요한 초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이후에도 4차 감염 가능성, 취약 연령층, 잠복 기간 등에 대한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환자는 환자대로 자신이 방문한 장소, 진료 받은 병원에 대한 정보를 숨겼고, 일부 병원은 병원대로 책임을 모면하려 진실을 은폐했습니다.
메르스 사태는 수많은 숙제들을 우리에게 제시했습니다. 공공의료 인프라의 강화, 경제 심리 위축과 ‘메르스 불황’의 극복, 급락한 국가 이미지의 복원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공포심을 물리치고 자신감을 되찾는 일입니다. 지난 주 방한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마가렛 찬 사무총장도 “비록 초기 대응에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의료 선진국인 한국민과 정부의 위기 극복 역량을 확신한다”며 신뢰를 표명했습니다.
우리는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메르스 난국을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성공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희망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메르스 퇴치를 위한 오늘 우리들의 투쟁 역시 장차 지구촌 이웃들에게 값진 교재가 될 것입니다. 승리를 위한 이 행진에 믿음과 사랑, 기도와 헌신으로 앞장 서는 크리스천들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김성동 장로(한세대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