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거리며 나비가 날고 있었다.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하고, 그러다가 부드럽게 미끌어지기도 하면서 나비는 춤을 추었다. 때로는 양털처럼 하얀 구름 속을 지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포근한 바람에 파란 날개를 걸어 놓고 쉬기도 하면서 나비는 온 하늘에 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거기서 쉬기를 원하노라…”
 어디선가 그런 노래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세상이 나를 못 위로해 주나, 거기서 평화를 누리리라.”
 그러나 파란 나비의 날개짓을 따라가던 포근한 품이 천길 물 속으로 떨어지는 듯 하더니 갑자기 사방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뭐지… 구름이야, 바다야?”
 그는 어느새 물 속에 있었다. 그러나 물 속도 편안했다.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모든 이야기는 물에서 시작되었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리고 다시 말씀이 계속되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말씀이 물에 임하자 물 속에서 하늘이 나타났다.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 날이니라.” 
 그 궁창(穹蒼)이 곧 하늘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물 속에 있어도 여전히 하늘의 포근한 품 속에 있었다. 그리고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꿈 속에서도 파란 나비를 쫓아가고 있었다.  
 “디 칼레 배두 바래?”
 꿈 속에서처럼 어렴풋이 그 소리가 들려왔다. 일곱 살에 떠난지 5년 만에 깜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이 아이는 누구냐고 묻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깜보에요, 라고 대답하려 하는데 어쩐 일인지 그의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머띠 바부.”
 모른다는 뜻이었다. 다시 남자가 물었다.
 “배가 라덜래?”
 어디서 왔느냐는 뜻이었다. 여자가 다시 대답했다.
 “까웅낀가…”
 여자가 그렇게 대답했다. 하늘에서 왔다는 뜻이었다. 깜보의 생각에도 그 대답이 너무 허술해서 뭔가 더 설명을 해 주고 싶었으나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가 없었고, 눈도 떠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남자가 갑자기 왼쪽 팔에 손을 대자 몹시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의식은 있는 모양이로군.” 
 “왼쪽 팔이 골절된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혈압과 맥박을 잘 체크해 봐.”
 “네.”
 깜보의 느낌으로는 지금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병원인 것 같았다. 비행기 안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기체가 흔들리며 곤두박질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비행기가 추락했고, 그는 지금 구조되어 병원에 있는 것 같았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소라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