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라는 미래현실을 오늘 살아가는 길은 2만 7000명의 새터민들과 더불어 사람의 통일을 실현해가는 것입니다. 새터민들이 ‘소망의 항구’라고 할 수 있는 남한에 도착했지만 “북한은 모래땅이고 중국은 딴딴한 진흙땅이고 한국은 콘크리트 바닥이다”라고 말 할 만큼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해 가는 과정은 힘겹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새터민들에게 남한의 교회는 ‘소망의 항구’에 도착한 그들이 절망으로 다시 떠내려가지 않도록 붙잡아 줄 닻이 되어 주어야합니다.
새터민들의 닻이 되어준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 기꺼이 어버이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어버이는 끝까지 포용해 주는 사람입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에게 유대인들은 정죄의 돌을 던져 죽이려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새터민들이 실수나 잘못을 하여 스스로 수치스럽고 죄스러워할 때 그래서 우리가 자신들을 포기하고 버릴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순간입니다. 그런 포용이 그들의 얼음처럼 굳어진 마음을 녹여 주며 보다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시켜 줍니다.
또한 새터민들에게 어버이가 된다는 것은 주님께서 그 여인을 용서하시고 다시 기회를 주셨던 것처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새터민들과 함께 해주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들의 수많은 좌절의 경험을 지켜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함께 아파해주고 믿어주며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끝까지’ 기회를 주는 그것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어버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어버이가 되어 준다는 것은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여인에게 가르치셨던 예수님처럼, 새터민들에게 죄와 타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원칙들을 지도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꿈을 제시해 주면서 그 꿈을 향해 지속적으로 걸어 갈 수 있도록 원칙을 가르쳐 준다면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용납해주며 다시 기회를 주는 노력을 통해 사랑이 경험되고 그래서 신뢰가 형성되면 그들은 책망도 달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라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그 신뢰가 있는 한 그들은 떠나지 않습니다. 마침내 정서적 가족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NGO 굿피플의 ‘자유시민대학’을 통해 새터민들을 섬기던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에서지만 새터민들과 함께 사람의 통일을 경험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는 삶은 예외 없는 좌절과 방황이었습니다.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어서 그저 함께 울 때도 있었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밤을 지새우며 설득할 때도 있었습니다. 도저히 안 된다고, 여기서 포기하겠다고 하던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호소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새터민들 중에서 새터민들을 이끄는 목회자, 남한 사람들을 도전하며 통일을 준비하는 사역자, 행정자치부, 복지부, 통일부에 정책을 조언해주는 복지기관 팀장이 나왔습니다. 그 힘들다는 의대를 졸업해낸 내과 전문의사도 나오고, 보란 듯이 성공한 참치횟집 사장님도 나왔습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눈물로 지나온 길이었습니다. 혼자는 해낼 수 없었던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하나님의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해 주었을 때 우리는 그들이 해내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드러내면서 우리의 상식과 기준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형의 자리에 서있는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어버이의 마음을 배우라고, 그 어버이의 마음을 품어야만 가족다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도전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 사람들을 품으며 사람의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모두는 깊은 성숙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볼 때, 해 낼 수 없어 보이고 외면하고 싶은 도전이지만 그 도전에는 친히 그 일을 이루어 주시려는 하나님의 의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의지에는 한국 교회를 민족의 어버이로 세우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꿈이, 그래서 열방을 품어내는 어버이 민족이 되어주기를 기대하시는 하나님의 꿈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할 길 없이 맞이해야 하는 통일은 민족을 향해 약속하시는 부흥의 날을 기대하게 하는 소망인 것입니다.<끝>
임경호 목사(순복음뉴라이프교회)